오랜만에 이발소에 갔다
늙수그레한 이발사와
조금 덜 늙수그레한 면도사가 있다
손님도 모두 늙수그레하다
이발소 안을 떠도는
노랫소리까지 늙수그레하다
이발사가 물었다
미장원을 오래 다니셨나요?
그냥 마누라와 딸에 묻어 다녔다고 했다
혼자 다니기 귀찮았다고
그래서 그런가 보다고 한다
머리칼이 이발소 스타일을 잊었다고
미장원은 뒤로 누워 머리를 감고
이발소는 앞으로 엎드려 머리를 감는다
미장원은 커피머신이 있고
이발소 냉장고에는 요구르트가 있다
미장원 대기 테이블엔 헤어 패션 잡지가 있고
이발소 대기 의자엔 날자 잃은 종이 신문만 뒹군다
이발 의자 앞 거울 속에서
늙수그레한 남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앞선 손님들은 모두 현금으로 계산하는데
소심한 나는 카드 결제되냐고 물어보지도 못하고
주머니 속에 간직했던 만원 지폐를 꺼낸다
늙수그레한 지폐가
내 손에서
늙수그레한 이발사 손으로 건네진다
색 바래고 희미한
출입문 이발소 글자만
나를 배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