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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흔 Oct 31. 2024

오느른책밭에 다녀왔다.

오느른책밭은 그냥 평범한 시골 서점이다. 몇 해 전 방송국 PD로 근무하던 주인이 농가주택을 사서 직접 수리한 집이다. 그 당시 나도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해 알고 있던 집이었는데(한창 농가주택에 관심이 많을 때) 그동안 잊고 살았다가, 어제 가 보고는 오느른책밭이 바로 그 집인 것을 알았다. 아마 예전에는 단순한 농가주택이었던 건물이 ‘오늘은 마당에 꽃이 피듯 집안에 책이 가득 핀 곳’이라는 의미로 ‘오늘은 책밭’이라는 이름을 지은 것 같았다. ‘오늘은’이 ‘오느른’이 되었을 것이고. 

    

글밭에는 정문(사실 문은 없고 문설주만 있다) 좌우로 주차장이 있다. 좌측 주차장에 차를 세울 때부터 집안의 강아지가 짖었다. 정면에서 보면 유튜브에서 본 모습과 똑같았다. 낮은 부로크 2단 담장 너머로 작은 화단이 꾸며져 있었고, 그 안에는 다양한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외형은 흔히 볼 수 있는 농촌의 농가주택이다. 앞으로는 넓은 논이 펼쳐있고, 집은 남쪽을 바라보고 일자로 얹혀 있다. 밖에서 보니 안에는 잘 들여다보이지 않았는데 강아지가 짖는 소리에 연세가 지긋한 아저씨 한 분이 나와서, 강아지가 자기를 아는 척을 해달라고 그러는 거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는 척을 했더니 거짓말처럼 짖는 것을 멈추었다. 원래 주인은 딸인데, 딸이 마침 출타 중이라서 아버님께서 서점을 지키고 계신 것이라고 했지만, 눈치를 보니 일은 딸이 벌여 놓고 아버지가 전담으로 서점을 지키고 계신 것만 같았다. 역시 아버지들은 딸에게 꼼짝 못 하는 것 같았다. 

     

주인의 안내에 따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자체가 살림집인지라 현관에서 신발은 벗고 들어가야 한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간단하게 음료를 준비하는 공간 겸 계산대가 있고 우측으로 서점 공간이 펼쳐진다. 원래 정식으로 음료를 판매하려면 사업자등록을 따로 해야 한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손님이 셀프로 직접 커피를 내려서 마시게 되어 있으며, 다른 음료(우리는 카모마일 차를 선택했다)는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도록 티백으로 준비되어 있다. 마침 우리가 간 날이 아직 주문한 책이 채 입고 되지 않아서 서가에 책이 많이 없다고 하셨다. 아마 정기적으로 책을 주문해서 받아야 하는 것 같았다.  

   

유튜브에서는 처음에 집필실로 이용하려고 집을 구했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서점 생각을 하게 되었냐고 물어보았다. 아버님께서는 아마도 딸이 멀지 않은 곳에 젊은 사람들이 모이면서 조성되고 있는 창작촌과 먹거리 마을의 배후 지원 차원에서 서점을 생각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실제로 시골의 작은 서점에서, 서적 판매 현황을 보면 다른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신다. 물론 방송의 여파도 있고, 작가나 방문자들의 소개와 홍보도 한몫 했을 것임은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서점 안에는 서가와 창가의 좌식 테이블 그리고 안쪽에 방문자들이 적은 쪽지들이 벽면을 넘어 천장까지 붙어 있었다. 원래 구조가 살림집인지라 층고와 문틀도 낮아서 이동하기에는 불편했지만, 그래도 조금 색다른 맛은 있었다. 책을 전문적으로 팔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 책의 종류가 많지는 않았다. 그중에 특히 서가 한쪽 구석에 있는 벽장 같은 곳에 얌전히 꽂혀 있는 ‘창작과 비평’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서점 주인이 읽던 책인 것 같았다.  

    

서가의 옆, 원래 거실 자리인 듯싶은 곳에는 창틀 아래로 길게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선반과 방석이 있었고, 그 옆에 둥근 원탁(이라기보다는 밥상 정도나 될까?)이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낮은 문틀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방이었던 자리 같은데, 안에는 온통 메모지 천지였다. 방문자들이 남긴 것으로, 벽면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서 천장(천장이 낮기에 다행이다.)까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한쪽으로 김치냉장고도 있는 폼이 확실히 살림집 티가 났다.  

    

둥근 원탁에 앉아서 차를 마시다가, 나도 메모지에 글을 한 줄 써서 천장에 붙였다. 나도 혹시 다음에 다시 들르게 되면 내 메모지가 무사한지 확인해 보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차를 다 마시고 나오니 이제 강아지가 짖지 않았다. 좁은 골목을 조심스럽게 나와서 10분 거리의 아리랑 문학관으로 차를 돌렸다.  

    

원래 이 글은 이리랑 문학관 글에 짧게 포함되었던 글을 라이테 작가님의 아쉬움을 달래드리기 위해서 글을 떼어 내서 '일상이나 그저 그런 이야기' 매거진에 올린다. 물론 나는 원래 글의 본문에 사진은 넣지 않는데, 이 글만큼은 몇 장 올리기로 했다. 



외부에서 본 책밭 전경 (마당에는 작은 화단에 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작은 방에 설치된 서가


가장 안쪽 방의 벽면과 천장에 가득한 방문자 메모 쪽지들


나도 메모를 한 장 남겼다


셀프 커피와 카모마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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