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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 Nov 03. 2023

아들은 어쩌고 딸은 어쩌고

일찍 잠드는 아이의 비밀 3


 잠들 수 없는 뇌


 “우리는 아들이라 그런지 워낙 활발해서 체력을 안 빼면 잠을 안 자~ 딸들은 얌전하게 앉아서 놀지?”


 딸들도 활발하다. 성평등 시대라면서 여전히 아이를 대할 때 성 차별적 시선으로 본다. 아들은 공룡에 자동차, 뛰어놀기 좋아하고, 과격하게 놀고, 말이 늦게 트이고, 숫자에 관심이 많지만, 딸은 인형이나 공주, 앉아서 소꿉놀이나 손으로 조작하며 놀기 좋아하고, 말이 빨리 트인다고 한다. 우리 집 큰아이는 치마를 경멸한다. 공주 인형을 사달라고 한 적도 없고 어릴 때부터 공룡과 자동차를 더 좋아했다. 물론 집에서 앉아서 하는 놀이를 많이 하긴 한다. 하나 여자아이라 얌전해서가 아니다. 단독 주택이라 마당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놀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모래놀이 ) 큰아이는 23개월에, 작은 아이는 6개월에 시작했다.
휴지 찢기 ) 찢은 휴지는 물에 적셔 다시 공을 만든다.
발포 물감, 마블링 물감, 화산 폭발 놀이
만두 빚기, 피자 만들기 ) 요즘은 키트가 잘 나오니 쉽게 할 수 있다.


 사진은 코로나로 집에서 두 달간 집 현관도 나가보지 못하고 집에만 콕 박힌 채 활동한 것들이다. 여자아이에게만 해줄 수 있는 놀이로 보이는가? 모래놀이, 휴지 찢기, 여러 종류의 물감, 과학 실험, 요리까지 부모의 개입 없이 온전히 아이 스스로 할 기회를 준다면 마다할 아이는 없다. 나는 아이의 체력을 빼주진 못하더라도 그날그날 아이의 뇌를 자극할 수 있는 활동 한 가지는 하려고 했다. 이는 딸이라서가 아니다. 공동 주택에 살기에 놀이가 한정적이었다. 어른처럼 행동하면 어른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지 뿌듯해하는 아이에게 종종 설거지나 화장실 청소 같은 일도 시키곤 한다. 아이에겐 이마저도 놀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휴일이면 모래를 꺼내 들고 던지고 놀기도 하고 온 바닥을 더럽히며 놀지만, 아이란 그렇게 크는 게 아니겠는가? 혹자는 한껏 더럽혀진 집을 치울 엄두가 나지 않아 모래나 밀가루 같은 놀이는 집에서 해주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만일 이런 이유로 시도하지 못한다면 청소기가 없는 우리 집을 보며 위안 삼길 바란다. 쌀, 모래, 밀가루, 깨 같은 것들을 자주 흡입하느라 힘이 드는지 청소기를 새로 사도 이내 고장이 나고야 만다. 그래서 그 뒤로는 청소기를 사지 않고 있다.


 나는 많은 부모에게 운동 학원을 보내는 이유가 체력을 빼기 위함이고, 하루 종일 밖에서 뛰어놀고 운동하고 놀이터 가고 집에 와도 체력이 넘쳐나서 늦은 밤에 잔다는 얘기를 들으면 ‘하루 종일 각성을 높이는 행동을 하고 어떻게 쉽게 잠이 들 수 있을까?’ 생각한다. 보편적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네, 미끄럼틀, 자전거, 운동 등 열심히 뛰어노는 행위는 뇌의 각성을 높인다. 각성한 뇌는 건강한 숙면에 적이 되기 때문에 각성을 낮추는 활동이 필요한데 대개는 한껏 각성을 높인 채 집에 와 게임이나 미디어 시청으로 뇌를 잠잘 수 없는 상태로 만든다. 그리곤 아이의 체력이 줄지 않는다며 호소한다. 아이들의 체력을 빼는 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충분한 활동은 분명 중요하다. 다만 아이가 단 30분이라도 일찍 잠들기를 원한다면 잠자기 전 1~2시간가량은 각성을 낮추는 놀이를 추천한다. 열심히 다리로 뛰었으니 반대로 눈과 손, 머리의 협응동작을 필요로 하는 퍼즐, 책읽기 같은 활동이 좋다. 잘 자는 아이가 잘 큰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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