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FP VS ESTJ
남편은 나랑 참 다른 사람이다. 얼마나 다르냐고?
즉흥적이고 저녁형 인간인 남편은 쉬는 날이면 누지막이 일어나 오후가 넘어가야 외출 준비를 하지만 계획적이고 아침형 인간인 나는 쉬는 날 13시가 넘어가면 초조해진다.
떡볶이의 떡을 좋아하는 남편과 어묵을 좋아하는 나, 밀떡을 좋아하는 남편과 쌀떡을 좋아하는 나, 순대의 간을 좋아하는 남편과 허파를 좋아하는 나, 젤리를 좋아하는 남편과 젤리를 안 먹는 나, 달콤한 라테를 좋아하는 남편과 아메리카노를 주로 먹는 나. 이 외에도 우리는 한없이 다르다. 우리가 한동안 중식에 빠져 주 2~3회는 중식을 먹던 때가 있었는데 면을 좋아하는 남편과 면을 제외한 각종 건더기를 좋아하는 내 덕에 남편은 면을, 나는 채소를 두 배로 먹을 수 있었다.
화가 나면 생각 정리를 위해 침묵하는 남편과 당장 대화하길 원하는 나. 이렇듯 우리는 옷과 신발, 음식 취향은 물론이고 문제 해결 방식 및 양육 가치관마저 다르다.
이렇게 다른데도 두 가지는 같다. 먼저 우리는 많이 먹는다. 아침 한 끼로 고기 1kg은 거뜬하고 시리얼 반 통에 우유 500ml는 가뿐하게 후식으로 먹는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도 없다. 남들이 고수 빼달라고 외칠 때 우리는 고수 많이를 외친다. 쌀국수를 좋아하지만, 고수 없는 쌀국수는 좋아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대화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야 장거리도 당일치기로 다니는터라 쉬는 날 대부분의 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는데 장거리 외출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대화하고 싶어서이다. 물론 평일에도 우리의 입은 쉬지 않지만, 출근으로 인해 못다 한 이야기를 휴일에 몰아서 하다 보니 편도 세 시간도 길지 않다. 공감 능력이 높은 남편은 내 얘기를 잘 들어주고 내 선택을 항상 응원해 준다. ‘삶이 뭐 이래’ 매거진을 읽어보면 알다시피 공감 능력이 생길 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 지나치게 이성적인 나는 남편이 생각해 본 적 없는 다른 부분을 제시하며 남편을 응원한다. 응원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우린 누구보다 열렬히 서로를 응원한다.
이렇듯 나는 우리가 달라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