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는 못 바르는 여자
#20
생선구이를 먹으러 갔다. 내가 미쳤지.
우리 집은 외벌이고 나는 육아는 무조건 공동이지만 집안일 정도는 전업주부인 내가 하는 게 바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탁기 세제를 어디에 넣는지도 모르는 남편으로 키웠다. 그래도 연애 때부터 지금까지 생선 가시는 항상 남편이 발라준다. 그 덕분일까? 나는 생선 가시 바르는 법을 모른다. 남편이 젓가락을 움직이면 마술이라도 하듯 토도독 가시만 발려 나와 부서지지 않은 살코기를 먹을 수 있는 반면에 나는 하나하나 발라내느라 살코기가 다 부서져 손톱만 한 살만 먹게 된다. 게다가 버리는 게 반 이상이라지?
아무튼, 집에서는 워낙 자주 먹지만 가시 발라내는 걱정을 해본 적 없었기에 아무 생각 없이 생선 구이집에 아이 둘과 셋이 들어가 주문한 나는 생선이 나오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내가 미쳤지, 대체 무슨 배짱으로 여길 온 거야?
“하 이럴 수가, 아빠도 없이 엄마가 생선구이를 먹으러 오다니!”
내가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였다.
“괜찮아 엄마. 엄마도 잘할 수 있어!” (큰아이)
“엄마 파이팅!” (작은 아이)
(조금 뒤)
“근데 엄마 생선 잘 못 발라? 아빠는 어쩜 그렇게 잘 발라내지?”
“엄마 배고파. 나 생선 줘.”
너희들의 응원이 작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