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없는데 하고는 있어요
#21
“목이 좀 아파 보이는데 잠시 얘기를 안 하고 목을 쉬게 해주는 건 어때?”
매년 생일이면 열이 나는 너. 일명 ‘돌치레’라 불리는 돌 발진이 몇 년째 계속되니 매년 생일이 다가오면 열 없이 무사히 지나가는지가 관건인데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네 생일에도 어김없이 열이 났다. 피곤한지 목도 잠겨 힘겨워 보이는 목소리로 쉬지 않고 말하는 네게 나는 목을 아끼라고 말했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걸 어쩌지?”
너는 잠시 쉬는듯싶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어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 네가 참 귀엽다. 유치원에서도 참새처럼 쫑알쫑알 입이 안 쉬기로 유명한 넌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길래 아침 눈 뜨자마자부터 밥 먹고 놀고 씻을 때는 물론이고 잠들기 전까지, 게다가 중간중간 깨어 잠꼬대까지 잔뜩 하는 걸까?
누굴 닮아서 하고 싶은 말이 저렇게 많나 싶었는데 그러면 그렇지, 내 입이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나는 말하기 위해 태어난 게 분명하다. 말하려고 마음이 급했는지 치아가 약간 돌출되어 입술이 늘 벌어져있다. 그래, 이미 입술도 붙을 생각 없이 얘기할 준비가 되었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