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마스 Nov 16. 2023

옆집에서 인터넷 방송이 시작됐다.

자고 싶어요 격렬하게


# 15


 옆집이 이사 왔다.


 옆집이 이사 온 뒤로 밤 아홉 시쯤 되면 어김없이 낮고 우렁찬 목소리로 전화라도 하듯 끊임없는 대답이 시작된다. 연신 여러 닉네임에 ‘님’ 자를 붙여 감사를 전하는 그분은 인터넷 방송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계심이 틀림없었다. 분명 벽이 있는데 벽이 없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그 방송 시청자라도 된 듯 그분에 관해 많은 정보를 강제로 듣게 되었다.


 첫째, 지금 활동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분명한 건 개그맨 출신이시다. (이휘재 님, 유재석 님 등을 형이라 칭하며 같이 방송한 경험이 있다셨다.)

 둘째, 몸집이 작지 않으신 듯하다. (“나는 뚱뚱하잖아.”, “우리 같은 뚱뚱이들은 ~(후략)”)

 셋째, 먹는 방송인 것 같다. (중간중간 스테이크 얘기도, 안주와 술 얘기도 나왔다.)


 그 외에도 이사 전 거주 지역, 이곳으로 이사 오게 된 이유 등을 다 듣게 되었다. 처음엔 아주 잠시 ‘방송을 찾아 후원한 뒤 조용히 해주실 것을, 아니면 다른 방에서 해달라고 공개적으로 혼내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무작정 찾아가 당장 방음부스나 방음벽 설치를 요구하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나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자정을 앞둔 때라 찾아갈 수도 없기에 고민만 하던 찰나였다.


 “단기 임대로 들어온 거라 짧으면 3개월, 뭐 길어야 1년 정도지 않겠어요? (중략) 아무튼 이런 일이 있어서 3일 안에 집을 구해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단기 임대 가능하면서 바로 이사 가능한 곳이 여기였어요.”


 단기 임대로 이사 오신 분께 방음벽 설치를 부탁하는 게 옳은 일인지 의문이었다. 가만히 침대에 앉아 들려오는 옆집 남자분의 말씀을 토대로 나오지 않는 방송을 막 검색하다 보니 대체 어떤 사람이 무슨 방송을 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아무래도 옆집 남자분의 실시간 방송은 못 찾을테니 소음 문제에 응원의 말을 더해 예의 있게 전달할 방법을 궁리해야겠다.


 아무리 그래도 방송하는데 방음은 해야지 !


유튜브도, 트위치도, 아프리카tv도 ‘스테이크, 개그맨, 먹방’ 이 3가지 검색어로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


먹방*
 ‘음식 먹는 방송’을 줄여 이르는 말로, 출연자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주로 보여 준다.

라방*
‘라이브 방송’의 줄임말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