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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마스 Nov 18. 2023

옆집이 나를 죽이겠다고 한다.

누구인지 알아내는 게 급선무


# 16


 오늘 새벽 두 시 반이었다.

얼마 전 이사 온 개그맨 출신의 비제이*로 보이는 옆집이 오늘은 방송은 하지 않았지만, 아내인지 여자친구인지 모를 여성분과 함께 노래를 틀어놓고 술을 즐기는 듯했다. 밤 아홉 시부터 자정까지 방송하는 것도 듣고 있기 힘든데 자정 넘은 새벽 두 시에 소음을 내가 다 이해하는 게 당연한 걸까? 나는 화가 나 벽을 쿵쿵 쳐버렸다. 어떻게 좋게 말해야 할지 궁리하던 내 맘이 더는 꾹꾹 누를 수 없는 지경이 되어 결국 터져버린 것이다. 그런데 잠시 뒤 옆집이 화났다.


 “이 ㅆㅂ러미 뒤질라고 !!!!!! 죽여버려 !!!!”


 있는 힘껏 벽을 쿵쿵 치며 소리 지르는 옆집 남자분. 옆집의 석고벽이 뚫렸는지 석고벽 가루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뚫린 벽을 걱정하는 여자분의 울음이 들렸다. 나갈 때 벽지만 새로 해놓으면 된다며 여자분을 안심시키는 말소리도 함께 말이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옆집 소음에 깨 다시 잠들지 못하고 힘들어한 지 오래였고 노래의 볼륨을 크게 키우는 등 옆집 남자분의 화는 수 분간 이어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지인과 전화하는 듯한 낮고 덤덤한 목소리와 전화를 끊었는지 애인으로 보이는 여자분에게 말하는 듯한 한껏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친구들 아무나 내 옆집에 가서 시끄럽게 5분 정도만 괴롭히다가 오토바이로 도망가라 해.”

 “화장실 갈 건데 문 앞에 쌀까? ㅋㅋㅋㅋㅋㅋ”


 그래, 나 또한 새벽 두 시에 쿵쿵 벽을 쳐 소음을 만들어 냈으니 옆집 입장에서 충분히 화가 날 수 있다. 한데 이건 장난이라도 도가 지나치지 않나? ‘휘재 형님‘, ’재석 형님‘ 하며 본인을 개그맨이라 칭하는 자가 다중은 원하되 개인은 우습나 보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오히려 옆집을 자극할 뿐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래서 차마 신고할 수가 없었다. 그럼 내가 힘들다고 호소하는 것은 소용이 없으니 칼 들고 찾아갈 예정이니 그전에 날 좀 말리러 와달라고 신고하면 확실히 개입하시려나? 층간 소음이나 벽간 소음으로도 칼부림 나는 세상인데 정말 옆집이든 나든 누군가 한 명은 칼을 들어야 끝이 나는가 보다.


비제이*
인터넷 방송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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