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님 유별난 제가 문제인가요,
요즘은 아이를 아예 일찍 낳거나 아예 늦게 낳는 추세란다. 내 주변만 봐도 성인이 된 이후의 인연이나 나이가 다른 지인은 제외하고 학창 시절 알고 지내던 동갑 지인만 10명은 아이를 키우지만, 실제 큰아이 친구 어머님들 나이대는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이 보편적이다. 동네마다 편차가 있지만 확실히 신도시 거리를 걷다 보면 나란히 유모차를 끌고 존댓말을 써가며 인사하는 엄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먼저 엄마들은 가급적 비슷한 개월 수의 아이를 키우는 또래 엄마를 선호하는데 이런 조건의 엄마들은 저절로 알기 쉽지 않다. 그럼, 대체 어디서 친해지느냐고?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손품과 발품. 손품은 온라인으로 대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카카오톡 오픈 채팅이 있다. 기존에 알고 지내던 동창이 아니더라도 또래 엄마라는 연유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빠르게 친해진다. 발품은 오프라인으로 출산 후 조리원을 시작으로 대형 마트 및 백화점 문화센터, 어린이집 등 아이 친구 위주로 친목을 형성한다. 그중에서 일명 ‘조동’ 이라 부르는 조리원 동기는 비슷한 개월 수를 넘어 생일이 비슷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만날 수 있지만 나이 차이가 많은 경우가 더 흔하다.
“아이 이름 / 아이 생일 / 성별 / 엄마 나이”
나는 두 아이 모두 조리원에 가지 않아 조리원 동기도 없고 어린이집도 문화센터도 안 가본 터라 유치원 입학 전까지 아이의 유일한 친구는 나였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들은 모두 지방에 거주 중에 맞벌이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만나기가 힘들다. 이름하여 ‘공동 육아’라며 종종 그들이 함께 만나는 걸 보며 나도 동네에 거주하는 또래 엄마를 사귀어볼지 고민했었다. 그런데 대개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추구하는 육아의 방향이 달랐다. 예를 들면 돌 전에 어린이집 입소, 미디어 시청, 체벌,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는 등 다양한 주제에서 견해가 전부 달랐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 ‘육아’를 검색해서 들어가면 공통된 공지가 있다. 바로 엄마와 아이의 인적 사항을 적고 아이 사진을 올리라는 것. 서로 친해지는데 아이의 생일이나 사진이 왜 필요한가 싶었다. 인적 사항과 아이의 사진을 올리는 게 그들이 우려하는 사칭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쓸 수 없을뿐더러 되려 내 개인 정보를 신원이 불분명한 사람들 앞에서 공개하는 셈 아닌가? 물론 SNS에 아이 얼굴을 아이의 허락 없이 공개하는 것이 아이의 초상권 및 사생활 침해라고 생각하는 터라 더 과민하게 반응하는 걸 수도 있다. 그렇게 나는 손품을 그만두기로 했다.
사실 아이가 어릴수록 시선이 곱지 않았다. 길에서 마주친 어르신들은 ‘애가 애를 낳았다’라며 한마디씩 하셨고 ‘애를 춥게 입혔니’, ‘얼마나 바깥을 안 다니면 낯을 가리니’ 등 모든 문제는 언제나 ‘아직 젊어서 뭘 모른다’라며 내 나이 탓이 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나와 나이가 비슷한 또래 엄마를 만나기 위해 손품을 팔았었는지도 모른다. 요즘이야 아이가 새싹만큼이나마 크고 나니 젊은 엄마라서 부럽다는 얘기를 듣지만 여전히 같은 선상에 자리 잡고 있다가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다르면 “아직 어리니까~” 라는 말이 들리곤 한다. 물론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조언은 돈 주고 살 수 없을 만큼 값지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일어나는 일들은 내 나이와 관계없다. 그저 아이의 나이만큼 똑같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아이를 양육했고 젊은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서로 추구하는 양육 가치관이 달랐을 뿐이다. 결국 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20대와 30대 이상 엄마들 그사이 어디쯤을 맴돌며 공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