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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쏘피 Dec 06. 2023

영어보다 마음이 먼저

감성적인 초등학생의 미국살이를 위한 준비

  남편의 미국 발령은 우리에게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낯가림이 심하고 감성적인 딸아이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나는 아이에게 영어로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아이의 심리를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심리상담도 받고, 심리검사를 위해 소아정신과도 찾아갔다.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심란해졌다. 알고는 있었지만, 보고서에 있는 낯선 용어들을 보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아동의 애정 및 안정감의 욕구가 적절히 충족되지 못한 것으로 보임”.... “낯선 환경의 자극에 쉽게 불안감, 긴장감을 느껴 인지 기능이 위축되고 자신이 보유한 인지적 능력을 유연하게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여겨짐”....  아이가 미국에 갔을 때 두려움과 낯섦이 압박이 되어 겁을 먹고 나앉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소아정신과 선생님은 아이가 좋은 이별과 작은 성공을 경험하게 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이별에 대해 좋은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이벤트를 고려해 보라고도 했다. 

     

   작지만 큰 성취감을 맛보게 해야 했다. 나는 다니던 영어학원도 그만두게 하고, 마침 다니던 학원들에서 대회와 연주회, 전시회 등이 있어 모두 참가하게 했다. 

  또 아이의 마음이 조금 단단해지길 바라며 짧은 시간이지만 동생과 함께 태권도 학원에도 등록했다. 어떤 것은 시간이 너무 빠듯해서 포기할까도 했지만, 오히려 몰입과 집중을 하게 되어 모든 임무을 수행해 낼 수 있었다.

     

  그때 받은 금메달과 작은 장난감 트로피는 아이가 미국에 와서도 한동안 곁에 둘 정도로 뿌듯해했기에 - 물론 주변에 있는 가족들의 추임새 덕분도 있지만 - 작은 성취감의 효용을 실감하게 되었다.


     


  미국에 갈 날이 다가올수록 우리들의 마음은 널을 뛰었다. 설렜다가 걱정되었다가, 빨리 가고 싶었다가 너무 무서워서 가기 싫었다가...  

 우리는 자주 울기도 했는데, 문득 이별이 크게 느껴지는 날이 있었다. 나는 애써 참았어도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눈물이 안 날  수가 없었다. 

  착한 이별을 위한 준비를 해야 했다.

     

  


우리보다 3주 먼저 미국으로 가야 했던 남편을 위해, 우리는 이삿짐이 빠지고 텅 비었던 집에 빌려 온 캠핑 의자와 빈 박스를 놓고 풍선으로 꾸며 제법 그럴싸하게 송별회를 했다. 아름답게 헤어지면 언젠가 다시 아름답게 만나는 거라는, 아이로선 아리송한 말을 계속해 주면서 말이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아이 친구 가족들과 송별 파티도 하고 여행도 다녀왔다. 떠나는 친구를 위해 풍선과 가랜드로 꾸미곤 ‘짠’ 하고 보여주는 장면을 보며 나는 속으로 울었다. 

  당시 1학년이던 아이들은 이별이 어떤 느낌인지 알았을까? 

  얼떨떨하고 쑥스럽지만 싫지 않은 기분을 느꼈던 딸아이는 그날 집으로 돌아와 엄마를 붙잡고 한참을 대성통곡했다. 나도 울었다. 


   


아이의 의사소통 문제가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영어책을 사 같이 연습도 해보고 단어도 같이 외워보고, 과외 선생님도 붙여 학교에서 쓸 생활영어 등을 익히게 했지만, 적어도 우리 딸아이에게는 별 소용이 없었다. 

  낯선 과외 선생님에게 두 달 만에 입을 처음으로 연 아이였다. 영어를 싫어했던 터라 역효과가 날까 봐 더이상 푸시하지는 않았다.

     

  학업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하고 싶은 것만 배우면서 작은 성공을 쌓았더니 아이는 목소리 톤이 맑아질 만큼 편안해짐을 느꼈다. 그러자 곧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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