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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Mar 23. 2024

아빠에게서 배운 행복

부모의 성장을 목격한다는 것은

“아빠, 아빠가 작년인가 제 작년인가, 나한테 했던 말 기억나?”


아빠랑 저녁을 먹다가 문득 예전에 아빠가 했던 말이 떠올라서 말문을 텄다. 그 날은 늦은 밤이었고 나는 방에서 일기를 쓰고 있었다. 아빠가 술에 잔뜩 취해서 집에 들어왔다. 똑똑- 평소보다 상기된 노크 소리 덕에 단번에 아빠가 얼큰히 취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술을 마시면 애교가 많아지는 우리 아빠는 막내 딸 침대에 살포시 앉아서 한바탕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빠는 자주 하곤 하는 회사 이야기를 쭉 이어갔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빠의 나른한 표정을 구경했다. 그때 아빠가 갑자기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너무 행복해. 아빠가 하는 일도 너무 재미있고 엄마랑도 사이가 좋고 우리 딸, 아들도 잘 커줘서, 아빠는 더 바랄 게 없어.”


정말 어린아이처럼 티 없이 맑은 웃음이었다. 그 말을 하는 아빠가 너무 행복해 보여서, 순간 왈칵 눈물이 날 뻔 했다. 아빠와의 대화를 곱씹으며 그 날 긴 여운을 곱씹었던 것 같다. 그 때 생각했다. 나도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갑자기 그 때 생각이 나서 아빠에게 말해주었다. 아빠가 그런 행복을 내게 가르쳐 주었노라고. 아빠는 역시나 호탕하게 웃었다. 


“나는 친구들한테 아빠 얘기 자주해.”

“뭐라고 하는데?”

“우리아빠 멋있다고!”


진심이었다. 나는 친구들과 가족 얘기가 나오면 꼭 아빠 이야기를 한다. 아빠는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다니던 회사에서 나와서 프리랜서로 일하며 창업을 준비하셨다. 그래서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을 했다. 주말에는 나와 함께였다. 나는 공부를 하고 아빠는 일을 했다. 나는 졸업을 하고 아빠는 사무실이 생겼다. 내가 대학생이 되고 아빠는 어엿한 사장님이 되었다. 부모의 성장을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산교육. 아빠는 이렇게 표현했다. 하긴, CEO의 긴밀한 고민과 속사정을 이렇게나 가까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 아빠가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을 함께 추적하는 것은 나에게도 기쁨이다. 그 얘기를 할 때 아빠를 보면 참 행복해 보여서, 자식으로서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준 아빠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우리 딸이 그렇게 말해주니까 아빠도 너무 좋네.”


아빠 너무 존경해요. 제육볶음 쌈밥을 먹으면서 하기에는 꽤 진중한 이야기였지만 우린 오물오물 입을 움직이며 그런 말을 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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