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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나무 Nov 12. 2022

나의 본질과 고유한 욕구로 선택한 나만의 삶

박혜윤의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읽고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이 버거워서 그런 꿈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과연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하고 무난한 삶이란 어떤 것일까? 다른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생활모습으로 살아가며, 무리에서 크게 튀거나 벗어나지 않는 삶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대부분의 현대인은 표면적으로 정말 무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지극히 ‘나다운 무난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아주 색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판단보다 작가 자신의 내면의 욕구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는 이 책 ‘숲속의 자본주의자’는 제목에서부터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작가는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4년간 기자로 일하다가, 미국에서 교육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갔다. 지금은 시애틀 근교의 작은 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정기적인 임금노동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만큼만 일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지 실험하듯 7년째 살고 있다.


 그녀는 어떻게 자본주의를 완전히 떠나지 않고도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인터넷은 시골 작은 마을의 도서관을 이용하고, 통밀을 갈아 빵을 구워 먹으며 게으른 농사꾼이 되어 집 근처에서 자라나는 블랙베리를 따거나 야생의 채집으로 먹을 것을 구하기도 하면서 한 달에 100만 원으로도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저자는 ‘나에게 가능한 최선’을 탐구하며 삶이 더 이상 줄어들 수 없을 만큼 작은 핵심만 남도록 삶의 정수를 걸러내어 남김없이 맛보고, 그 어떤 경험도 감정도 철저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서 열심히 살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숲속의 자본주의자, 제철에 블랙베리를 따는 삶

 작가가 생각하는 경제활동의 기준은 그녀가 통밀을 빻아 빵을 굽는 과정이 그랬듯이 생산 과정에서 부품이 되거나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것이어야 하며, 돈을 버는 과정이 나를 나답게 하는 창조의 행위여야 하는 것이다. 삶의 가치와 행복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돈이 필요하지만 우리 삶에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풍요로운 세상이 베풀어준 것들을 오로지 우리의 돈으로만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세대가 만들어 현재에 도착한 풍요를 누리는 방법들이 많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녀는 집에서 과거에 즐겼던 커피와 술을 마시지 않으며, 심지어 집에 인터넷도 없지만 그것 없이도 그녀다울 수 있는 무언가를 더 가지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살지 않기 위해 버렸던 것들 - 포기

 편안한 일상을 살고 싶다는 자신의 꿈에 위배되면 돈이나 명예는 완전히 포기했고,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욕망을 줄였다. 거의 무한대의 소비를 부추기는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만의 고유한 욕망과 욕구를 정확하고 정밀하게 아는 것이 오히려 소비의 피곤을 줄여준다고 그녀는 말한다. 우리가 그토록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이 들인 노력이 헛수고가 됐다는 분노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타인의 평가나 시선이 더 크게 작용한다. 사람들이 칭찬하고 성공적이라고 여기는 삶은 여러 삶의 모습 중 하나일 뿐이며, 현재의 나에게 중요한 의미와 맥락을 이해하고, 나만의 삶을 가꾸겠다는 목표를 가지면 나에게 맞는 핵심적인 것들만 남게 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돈 벌지 않는 나와 살아가는 법 -

 작가는 시골 동네에서 금, 토 오전 10부터 오후 3시까지 작가가 특별히 공을 들여 만든 그냥 빵과 쉽고 빠르게 만든 달달한 빵을 판다. 그런데 사람들은 작가가 공들여 만든 건강한 빵보다 쉽고 달달하게 구운 빵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작가는 빵을 사는 사람들에게 맞추고 싶지 않다.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을 고집하는 대가로 돈을 적게 벌거나, 돈을 쓰는 사람에게 맞춰 많이 벌고자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무엇을 선택하든 그녀가 결정하는 순간 이미 능동적인 것이 된다.

 사람마다 사치품의 정의, 물건의 의미, 소유하고 싶은 것, 재산의 액수가 모두 다른데 이것을 인간의 우열을 정하는 기준이 아니라, 세상을 다채롭고 흥미롭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녀에게 이런 것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저자에게 돈은 기본적인 생존에 문제가 없을 정도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돈으로부터 자유는 돈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돈을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다른 가치로 무한히 전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숲속에서 내 이야기 찾기-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지식이나 도덕은 없으며, 오히려 선별하고 선택해야 할 책임은 개인에게 있고, 그 선택은 나만의 고유함에서 나오므로 거기에 정직하고 당당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생각하고 그들의 반응에 신경 쓰는 것은 별로 쓸모가 없으며, 인정받기 위해 나의 이야기를 버리고 남들의 기대에 맞춘다고 해서 성공의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성공이 아닌 나만의 재미를 맛보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투명해질 때만 보이는 것들 -  타인

 아래의 내용에서 타인을 대하는 작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무언가에 몰입할 때 시간을 잊는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사랑으로 몰입하여 듣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깊은 행복을 느끼게 해 주며 그 순간 우리는 시간을 잊을 수 있다.
*나와 너무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잊고 그를 바라볼 수 있다. 나 자신을 잊고 타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 그때가 어쩌면 우리가 신에 조금이나마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내가 지켜야 할 가치가 절대적이라는 믿음이 사라지면 똑같은 행동을 해도 훨씬 가볍고 즐겁다. 트럼프 깃발을 집에 건 사람은 틀린 사람이 아니라, 내가 살아보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 대한다. 그러면 세상이 조금 더 풍요롭게 느껴진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적극적인 탐구 끝에 얻은 나에 대한 이해는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들을 쫓아다니지 않을 수 있게 해 주며, 행복은 타인의 인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나를 통해 얻는 것임을 알았다. 인생에서 목표보다 방향을 정한다. 그래서 재미와 호기심이 생기는 것들을 하며 살다 보니 사이좋은 가족되기, 환경보호, 자립과 검소한 생활, 건강한 먹거리, 자연과 가까운 일상이 나의 삶의 방향이 되었다. 100퍼센트 최선을 다하지도 않기 때문에 성공으로 보상받아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실용적인 목적을 추구하거나 남들을 이길 필요도 없다. 그러니 실패하거나 중간에 그만 두어도 괜찮다. 그렇게 사는 것이 나의 삶이다. 인생에는 여전히 의문이 많지만 그 의문들이 두렵기보다 흥미롭게 느껴진다.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상할 수 없지만, 그 세상 속에서 우리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허락되어 있다. 나는 그 자유를 누리고 싶다. 앞으로 펼쳐질 시간에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아무렇게나, 언제든 그만둬도 된다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인생에서 꾸준히 노력하는 건 바로 ‘열심히 노력하지 않기’이다. 인간은 누구나 욕구를 가지고 있는데, 그 욕구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선을 넘어서도 계속되는 것이 문제임을 그녀는 살면서 배웠다. 빵 굽기가 힘든 것이 아니라 최고의 빵을 욕망할 때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욕구가 이끄는 한에서 임계점까지 갔다가 그 쾌락이 끝나는 지점에서 미련 없이 그만둔다. 그러다 보면 경험들은 대부분 온전히 나다운 것으로 채워진다는 것이다.


 현재의 삶에 대한 만족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삶의 경험을 통해서 얻은 자신만의 철학을 갖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이 철학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눈도 의식하지 않고 순전히 자신의 욕구대로 실행해 보고, 부딪히면서 알게 된 삶의 방식에서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삶에 대한 평가는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우위를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만 자신의 삶이 자신의 욕구대로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서만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주어진 자유를 누리고, 세상과 통하는 나만의 길을 발견하며,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면 평정심을 가지고 삶을 대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녀는 이 책에서 ‘나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자본주의는 내 멋대로 살아가기에 가장 좋은 제도이며, 어디에 있든, 어떤 방식으로 살든,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음미하는 법에 대해, 그리고 삶이 성공과 실패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내 것이 되고, 나만의 이야기와 의미와 배움이 되는 것을 발견해 내는 방법’에 대해 말해 주고 있다. 그녀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색다른 삶의 방식에도 눈이 갔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본질과 욕구를 알고 선택한 그녀만의 삶이라는 점에 더욱 마음이 갔다.


*독서 모임에서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눈 책이었는데, 책(정확히 말하면 저자)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극명하게 달랐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이 다름을 알고, 소통이 세상의 다양성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더욱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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