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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우 Aug 12. 2023

숀 ③

꿈의 학교 하랑 마지막 EP

떠올리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닫힌 방문 건너편에 있는 듯 보이지 않았던 아버지의 얼굴이 거울 속에서 소년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줄곧 아득한 저편에 두고 왔던 기억들이 봇물이 터져 나오듯 소년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옵니다. 범람하는 파도 같은 기억들 속에 고통스러운 숨을 내뱉었습니다. 



‘나는 왜 이 기억들을 전부, 잊고 있었지.’



소년은 문득, 외로워졌습니다. 막연하게 그의 마음속을 차지하고 있던 외로움은 그가 기억을 찾은 순간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며 소년을 물어뜯기 시작했습니다. 이 넓은 세상 속에서 이제 소년을 알고, 알았던 사람은 아무도 없구나. 서늘한 진실을 깨달은 소년은 울부짖으며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왜… 왜 다 나를 떠나가는 건데!” 

서러움과 슬픔이 점칠된 얼굴로 소년은 울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대체 뭘 잘못했다고.”

고양이는 그런 소년이 걱정된다는 듯 자그맣게 야옹 소리를 내며 소년의 볼을 햟습니다. 



“나는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거울 속 숀이, 경비원 옷을 입은 아버지가 말없이 그를 응시합니다. 



콰앙! 



그때였습니다. 미술실 창문을 얇게 둘러싸고 있던 커튼이 찢겨 나가며 커다란 소음과 함께 창문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황급히 창문밖을 내다본 소년과 고양이는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풍경에 신음을 내뱉었습니다. 학교 뒤편에 있던 ‘넘실거리는 어둠’이 조금씩 크기를 키우며 먹구름처럼 학교를 덮어나갔습니다. 어둠을 양분 삼아 덩굴은 점점 몸집을 늘려나갔습니다. 동관과 서관의 벽이 갈라지더니, 굉음을 내며 무너졌습니다. 마치 바오밥나무처럼 몸집을 키운 덩굴들 사이로 수많은 푸른 장미꽃이 기괴하게 울부짖었습니다.



‘기… 달 려’



‘왜 나만 나만 나만 나만’



‘추워 추워 추워’



흐드러지게 핀 아우성 속에서 소년은 귀가 아플 정도로 기괴한 소리들에 귀를 막으며 창문밖을 살폈습니다. 미술실은 은은한 불빛의 막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나 덩굴이 교실과 충돌할 때마다 깜박깜박 전기가 닳아가는 형광등처럼 가냘픈 불빛을 내며 흔들렸습니다. 



“얼른 여기서 나가야 한다냥! 잠에서 깨야해!”



“나도 알아! 그렇지만 나가는 방법을 모르겠다고…”



고양이의 다급한 울음에도 소년은 꿈에서 깰 방법을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기절을 해봐도 의미가 없고 지금 이런 난장판 속에서 잠이 올래야 올 수도 없었습니다. 



“단순히 꿈에서 깨어나는 것만으론 부족해.”



“무슨 뜻이야 그게?”



문을 열고 나가야 해. 다시는 이 꿈으로 돌아오지 않아야 한다고!”



고양이의 이어지는 이야기에 소년의 가슴이 쿵 소리를 내며 내려앉았습니다. 마음속에서 내심 외면하고 있었던 진실이 그를 비웃듯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소년의 눈이 격하게 흔들렸습니다.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한 번 있는 오류일 뿐이야. 하룻밤을 깨고 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이루어질 리 없는 거짓말을 스스로에게 속삭이며 소년은 거세게 고개를 도리질 쳤습니다. 



“나… 난 못해..”

작고 왜소한 체구의 소년이, 자신의 어깨를 감싸 쥐었습니다. 어깨를 감싸 쥔 손이 덜덜 떨립니다.



“난 하랑을 포기할 수 없어. 현실에서의 나는 아무것도 아닌걸”



“여기는 날 원하는 사람들이 있고, 학교가 있어. 그렇지만 현실은 아닌걸.”



“나는... 텅 비어있어.”

고양이를 올려다본 소년의 눈에는 아득한 공허함만이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아니야 소년. 너는…!”

그를 향해 고양이가 말문을 연 순간, 차창쪽에서 커다란 균열이 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고개를 돌린 소년과 고양이는 어둑한 물결을 지렛대 삼아 잔뜩 금이 간 유리창에 눌어붙은 거대한 덩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균열은 삽시간에 미술실 창문 전체로 번져나갔습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



귀가 먹먹할 정도의 굉음을 내며 유리창이 일시에 터져나갔습니다. 뒤로 튕겨져 나간 소년은 하늘을 날고 있는 고양이를 품에 꼭 그러쥔 채 미술실 바닥을 나뒹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소년을 쫓아가듯 뻗어나간 덩굴은 순식간에 소년의 몸통을 묶고 그를 한없이 어두운 물결 속으로 빨아들였습니다. 소년은 힘겨운 신음을 내며 고양이를 문밖 복도 쪽으로 던졌습니다. 



“소년!! 잊지 마라냥. 너의 마음속엔 이미…”

 유연한 몸놀림으로 복도에 착지한 고양이는 다급하게 소년에게 무어라 말을 하는 듯했으나, 소년의 몸은 이미 어둠 속 깊이 잠겨 들었습니다. 열심히 발버둥을 쳤지만 어둠 속은 밑바닥이 없는 늪지대처럼 소년을 파묻어 나갔습니다. 


- 4편에서 이어집니다.



*이전글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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