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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린 Sep 11. 2023

이륙하기 좋은 날

돌아간다는 것은 때로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코로나로 한참 힘겨운 고국에 비해 3월의 뉴욕은 조용하기만 했다. 

평화로운 고요함이 아니라 폭풍전야 같은 고요함이었다. 

어머니를 뵙기 위해 전부터 비행기표를 구입해 두긴 했으나 떠나기로 예정된 일정이 다가오면서 판세는 역전이 되었다. 


 고국은 방역시스템이 자리 잡히고 사회적 거리 두기와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로 조금씩 안정되어 가는 듯 보였다. 반면 뉴욕은 정부의 통계조차 없어 서로서로를 의심하며 이방인 대하듯 피해 다녔다. 

공원을 갈 때도 지하철을 탈 때도 서로 눈을 피했다. 

 만나면 웃으면서 "굿 모닝!", "하이!" 하던 이웃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불과 한두 달 사이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낯설고 이상한 나라에 와있다는 느낌, 불안과 두려움이 사람 사이의 관계를 흔들어 놓고 있었다. 

 

 그때 고국에서는 코로나 유무와는 관계없이 입국하면 무조건 2주간의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도리가 없었다. 2주간의 자가격리를 각오하고서라도 고국에 가야 하는 나는 마음을 단단히 매두지 않으면 안 되었다. 주위에서는 상황을 조금 지켜보다가 떠나라고 만류했지만 왠지 마음은 떠나야 할 것 같았다. 


 상황은 점차 더 악화되었다. 맨해튼 상점들도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하고 관광객은 물론 비행기들도 운항 횟수를 줄였다. 마음이 급해졌다. 비행기가 뜨지 않으면 우리는 완전히 갇힌 신세, 서둘러 뉴욕을 떠나기로 했다.

 공항으로 향하는 자동차 안에서 바라다본 뉴욕, 세계 금융과 유행을 선도하는 도시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여지없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무심한 바람만 불어대던 사막 같던 뉴욕 케네디공항. 

사람도 비행기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우리 국적기만 대견스럽게 이륙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 그리운 고국!


 어쩌면 다시는 미국땅을 밟지 못할 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은 호사스럽게!'. 돌아가는 비행기는 비즈니스 클래스로 했다.  그렇게 나는 마지막까지도 허영끼를 버리지 못했다. 


 앞날을 알 수 없을 때는 목표를 멀리 두는 것이 아니다. 

그저 무사히 돌아가기만을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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