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오스 아미고
뉴욕 번잡한 지하철 7번 역과
다정하고 투박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잭슨 하이츠.
화장을 짙게 한 세탁소 아줌마와 여전히 촌스럽게 치장한 리쿼 샵의 아저씨.
그 사이로 시칠리안 피자가게가 필름처럼 지나간다.
출출해지는 오후 네시면
오븐에서 꺼내주던 시칠리안 피자 한 조각
허기진 입안에 수다와 웃음이 가득했다
"마이클이 보이지 않네?"
"멕시코로 돌아갔어!"
"돈 많이 벌었나?"
"아버지가 갑자기 편찮아서..." 사촌이라는 또 다른 청년이 답했다
매칼없이 물었던 내 말에
벽에 걸려 있던 작은 섬들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돈 벌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남의 땅에 와 발 붙이고 사는 이들의 소박하고 무거운 꿈
그는 이제 다시는 미국땅을 밟지 못할 것이다
피자를 건네주며 수줍게 웃던 모습도 볼 수 없겠지
그가 가르쳐 준 말로
나도 그를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아디오스 아미고((adios amigo)!
내가 우리 손님을 진심으로 맞이하듯 그도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그가 어떤 청년인지, 그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그가 서류미비자인지 불법체류자인지 알 길 없지만 멋쩍게 웃는 모습이 좋았다.
이국땅에서 살아가는 고달픈 눈매에서 나를 보았는지도 모른다.
그를 떠올리면 마음이 싸해지는 것은
그에게서 이민자들의 서글픈 현실을 함께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