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my Shin Feb 26. 2023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걷기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다.

마음 단단히 먹고 계획을 세워도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보통 의지박약을 나타낼 때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이다.

 나는 작심일일이다. 본디 계획형 인간이라 어떤 일을 벌이기 전에 거창하게 계획을 세운다.

손으로 적어가며 꼼꼼하게 분 단위로 시간표까지 만들며 계획을 세우지만, 실행은 당일 마무리된다.

작심삼일을 100번 하면 거의 일 년을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작심일일을 356번 하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할 수 있겠다. 변명해 본다면, 빈방에 홀로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여러 인간관계와 일정 속에 나만의 세상에 혼자만 남아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기혼이신 분들은 더욱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실 브런치 글도 일주일에 한 편은 올리는 것이 계획이었다. 현실은 브런치 글 독촉 알람이 두 번 와야 글을 올리는 실정이지만.

각설하고, 또 이렇게 장황하게 서론을 늘어뜨리는 이유는 이런 내가! 꾸준히 하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바로!!! (김성주 아나운서 톤으로 읽어야 함) 걷기다.

기대하던 바와 달라서 허무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나에게는 아주 커다란 일이다.

이런 내가!! (이런 내가 이런 내가 당신의 사랑받을 자격 있을까.. 방탄소년단 둘! 셋! 노래 가사지만 내용상 아무 상관 없음 ) 벌써 한 달이 넘도록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는 말씀이다.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삼일 이상 꾸준히 걷고 있다. 장하다 나 자신!!


 요즘 나의 걷기는 이렇다.

아직은 날이 차가워서 햇빛이 대기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오후 2시쯤 반려견 나나와 함께 현관을 나선다.

우리 개는 털이 아주 짧은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종이다. 그래서 맨몸으로 나가면 바람만 살짝 불어도 추위에 벌벌 떨기 때문에 꼭 옷을 입혀주어야 한다. 인기 있는 스타일의 옷은 내 옷보다 몇 배는 더 비싸다. 나나에게 미안하지만 제일 저렴한 점퍼를 쿠*으로 주문해서 이 겨울을 잘 보내고 있다.

 나나에게 점퍼와 하네스를 입힌 후 나는 운동화 신고 모자를 챙겨 쓰고 산책로를 거닌다. 내가 사는 동네는 도심이 아닌 외곽지역이라 자전거 도로도 널따랗고 개와 함께 산책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처음엔 아무 방향이나 내키는 대로 걸었었는데 최근에 산책코스를 정해서 걷고 있다. 만보기 기능이 있고 걸음 수에 비례하여 마일리지 형태로 소액을 주는 앱들이 있다. 그중  인터넷전문은행 토*는 주변 지역 다섯 군데를 방문하면 20원씩 총 100원을 주는데 내가 사는 동네는 거점이 네 군데가 있다. 네 곳을 다 거쳐서 걸으면 한 시간가량 소요되고 오천 보 이상을 걷게 된다. 천 보를 걸으면 10원, 오천 보를 걸으면 10원, 만 보를 걸으면 20원을 더 주니 내 산책코스로는 총 100원을 벌게 되는 것이다. 정말 작은 돈이긴 하지만 단순한 걷기에 더불어 하나의 재미를 추가해주는 요소로 생각하니 나름 즐겁고 통장에 쌓이는 금액도 쏠쏠하다.


걷기의 효용성은 누구나가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내가 꼭 걸어야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있다. 테드 강연을 보았는데 인류학자가 걷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인류 발전으로 생활 형태는 달라졌지만, 우리 몸은 계속 걷고 뛰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거기에서 걷기 그룹과 스트레칭 그룹을 나눠서 운동한 후 뇌의 변화를 관찰한 연구 결과가 있었는데 아래의 내용인 듯하다.

2014년 2월,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미국 피츠버그 대학 의과대학 신경과 전문의 커크 에릭슨 박사팀이 55세에서 80세까지의 남녀 120명에게 일주일에 3회, 40분씩 걷도록 하는 실험을 1년 동안 진행한 결과 기억충추인 해마를 포함한 뇌의 핵심 조직이 최대 2%까지 커졌다는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반대로 단순히 스트레칭 운동만 한 그룹은 일반적인 뇌의 노화 속도 그대로 1.5%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건강뿐 아니라 뇌의 노화도 막아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햇빛 받으며 30분 이상 산책하는 것이 우울증에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도 또한 많이 알려져 있다.

이 외 걷기의 효용성에 대해 잘 정리된 자료가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을 통해 발간되어 있어 첨부한다.

한눈에_보는_걷기_가이드라인_이미지

 걷기의 10대 효과는 1. 모든 사망위험 감소 2. 심장병 및 뇌졸중 위험감소 3. 고혈압 위험 감소 4. 제2형 당뇨병 위험 감소 5. 비만 위험 감소 6. 우울증 위험 감소 7. 치매 위험 감소 8. 인지기능 향상 9. 수면의 질 향상 10. 8가지 암 위험 감소이다.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당장 나에게 피부로 와닿는 것은 5번이다.

 결혼 전까지 비만에 대한 걱정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다. 워낙 활동적이어서 늘 뛰어다녔는데  초등학교도 중학교도 심지어 대학교까지 늘 많이 걸어야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 기본 체력이 좋았던 것 같다. 체력장도 늘 1등급을 유지했었으니까.. 그런데 연애 기간 남편과 함께 맛집 탐방을 하면서 살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임신 때 최고치를 경험했던 몸무게가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고 나에게 머물고 있다. 운동센터나 기관에 모여서 하는 운동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혼자 걷거나 뛰거나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데 결혼 이후에는 늘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하고 사무실 자리에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며 주말이면 피곤하다고 누워서 쉬기만 해서 근육량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 분명하다. 운동을 따로 하지는 않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아서 코*트코에서 가정용 체성분 측정 기계도 거금을 들여 구입했다. 현재 내 상태를 말하자면, 체중은 정상범위에 있지만 골격근량은 표준이하고 체지방률은 표준이상인 표준형 비만형(C) 타입이다. 다시 말해 근육을 늘리고 체지방을 줄이기만 하면 건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주 간단하지만 그다지 간단하지 않은 건강해지는 방법.

인바디 상세체성분 결과 화면

지난주 남편과 건강에 대한 주제로 대화하면서 둘만의 건강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자고 약속했다. 체성분 결과지에 나오는 몸무게, 골격근량, 체지방률을 8월 말까지 초록색 정상범위로 만들면 한 항목당 3만 원, 세 항목을 목표 달성하면 추가 1만 원을 더해서 총 10만 원을 성공축하금으로 서로에게 주기로 한 것이다. 필시 부부란 한 몸이라 네 돈이 내 돈일 수 있겠지만 동기부여 측면에서 시행해 보기로 했다. 이 역시 돈을 떠나서 가벼운 몸을 위해 꼭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후회, 긴 육아로 인한 자아를 잃어버린 듯한 공허함, 사회적 관계 혹은 혈연관계로 맺어진 인연들 속 적지 않은 페르소나가 존재하고 그 안에서 내가 감당해야 할 책임과 의무, 행해야 할 일들로 말미암아 깊은 우울함에 빠질 때가 종종 있다. 우울감에 헤매다 보면 기력도 약해지고 신경도 예민해져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지난달 걷기를 시작한 후부터 널뛰던 감정도 많이 고요해지고 화도 덜 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걷기가 우울증 위험 감소(걷기 효과 6번)에 분명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래서 심하게 궂은날이 아니면 가능하면 매일 꾸준히 걸으려 한다.


 멜라닌 색소가 많은지 남들보다 쉽게 타고 특히 얼굴만 더 검어지기에 걷기 전에 꼭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모자를 쓰고 밖을 나간다. 챙이 넓은 모자가 여러 개 있는데 머리 스타일을 망가뜨리는 경우도 있어서 선캡도 새로 주문했다. 곧 봄이 오고 자외선이 더 강해질 텐데 피부 건강도 챙기고 몸 건강도 챙겨야겠다.


 수많은 걷기 효과가 있고 보건복지부에서 얘기하는 10가지 걷기 효과가 있지만 지금 (right now!) 내가 걸어야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가 된다.

1. 근육과 지방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

2. 우울감을 줄여서 정신건강을 되찾기 위해

3. 산책하지 않으면 방바닥에 소변을 눠 버리는 반려견과 그 방을 청소하는 나를 위해


 2월이 다 지나고 곧 3월이다.

아이들은 개학하며 꽃 피는 봄이 오고 온갖 생명들이 태동하듯 꿈틀대는 시기가 온다.

지금 매일 걷지 못하는 것은 어린 둘째가 학원에 가는 날만 혼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개학하고 매일 학교에 가면 적어도 주 5일은 하루도 빠짐없이 걸을 수 있게 된다. 2월까지는 워밍업 시기로 보고 3월부터는 부지런히 달려야겠다. 그렇게 해서 8월 말엔 체성분 결과지에 초록불만 남게 하고 건강한 체력으로 또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을 하나씩 해 나가야겠다.

 회사 다닐 때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성공체험이 중요하다 했다. 성공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그다음을 기대하고 기약할 수 있다고 했다. 걷기 성공체험을 기반으로 또 다른 영역(이를테면 독서라든지)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

 내일은 월요일이다. 힘차게 걸어보자!


작가의 이전글 그래도 노래하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