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림의 끝
- 김용기
0.2 볼트의 낮은 전류로 시작된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
접촉 불량의 전기처럼
지난밤 깜박거리기를 반복하였다
6.25가 엊그제 같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새 40년 넘은 그때의 지금
5.18 사건 주인공의 손자가 등장했다
뜬금없는 사과에
신문이 사실임을 알려주었다
누구는 격세지감이라고 했는데
도무지 묶인 채 가지 않는 세월
다가서는 5월을 어떻게 말할까
"억" 소리 한마디 남기고
5월의 꽃으로 피어 난 이들에게
꿈에라도 위로는 될까
손자를 두고
순자는 여전히 말이 없는데
적막한 방에서
가족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횡설수설하는 손자일 뿐인가
버려야 할 누림의 통증 때문에
침묵을 다수결로 정했을까
포장된 29만 원의 위선
그동안 견고했던 저들 DNA에
크랙이 시작되었다
저들에게 용기가 필요한 시간이다
반성할 수 있는 기회
손자를 살릴 수 있는 순간이다
마지막 시간
내려놓아야 누림이다
몇 분 남지 않았다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겠다면
가만히 있으면 된다
저들 누림의 마지막 광경을
TV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