놔줘라

by 김용기

놔줘라


- 김용기



몇 해 째 잡고

놓지 못하는 손이 있다

애절함

간절함

모자람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내 손이라면

찌릿찌릿

높은 전기라도 들이닥쳤을 텐데

아무 거리낌이 없으니

사별한 그녀의 남편 얘기가 맞다

애절은 이해하더라도

이미 푼수 9단

열녀문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으니

못 지우는 진한 점 하나 때문


이제 놔줘라

물 한 방울 떨구어 햇빛 비추면

금방 지워지는 과학이 옆에 있다

흰 여백에 삐뚤거려도 좋으니

이제 거기 시를 써라


웬만하면 이제 내 손도 놔라

피 안 통해서 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