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無視)
- 김용기
응징은 번개처럼 신속했다
민족을 위한 거룩함이나
공익의 의미는
일절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TV는 화면 뒤쪽에서 수군거렸다
양보 없는 곡예운전에
온유는 없었다
하늘이 살린 줄 알라는 말로
승리를 자축했지만
피비린내를 막은 공로자는
갈림길이었다
인사도 없이 불쑥
끼어들었다는 게 욱의 이유였다
손을 내밀었을 때
내려놨으니
잡아달라는 의미였을 텐데
멀뚱멀뚱
잡아주지 않았다면
어색한 미소로부터 시작된
거센 삭풍이 가슴에 도착
응징의 첫 발
순식간이었으리라
옹졸한 분노의 증식은
마누라가 몰랐다는 게 정설
배려에 취약한
사내들 꼼꼼한 여백에
쓸모없는 것들만 수두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