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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메라타 rin Sep 01. 2022

소란스런 마음의 소리

음정 연습하듯 정리할 수 있을까.


얼마 전 먼지 쌓인 바이올린 케이스를

깨끗하게 닦고 뚜껑을 열어 오랜만에 악기를 꺼냈다.

사실 지난여름 악기가 잘 있나 열어봤다가

한 부분이 터져있는 모습을 발견했는데

한숨만 쉬다 그냥 무시하고 다시 닫았다.

악기가 터졌다 하면 악기가 말 그대로

터졌다고 이해할 수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무로 만들어진 현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은

악기가 살짝 갈라졌거나 혹은 쩍 하니 갈라졌을 때,

윗판 밑판 옆판의 나무가 이어지는 이음새 부분이

벌어진 현상도 '터졌다'라고 표현한다.

습도나 온도 때문에 나무가

뒤틀리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워낙 약한 나무라 예민해서 날씨에 맞게

신경 쓰지 않으면 일이 터져버린다.

나의 악기는 앞판 턱받침 밑, 안 보이는 구석부터

서서히 갈라져 눈에 보이는 부분까지

쭈욱 갈라져 있었다.

요즘은 이런 경우 수리비가

얼마나 나오는지 모르겠다.

그냥 내버려 두면 점점 더 갈라질 텐데...

괜히 복잡한 마음 더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지만

모르겠다 하고 악기를 집어 들었다.

음정에 감을 잃어버린 나는 튜너기를 켜고

음정 연습하기 좋은 악보부터 펼쳤다.

단선율부터 화성 연습,

아랫 성부와 윗 성부를 따로따로 나눠서

튜너기에 초록불이 켜지고

화면 속 가운데로 선이 정확하게 맞춰질 때까지

계속 소리를 내가며 음정을 맞추는 연습과

단순한 보잉 연습을 시작했다.


비브라토 없이 연습할 때는

머리가 왠지 더 맑아진다.

음정 연습이 이렇게 개운한 일이었다.

그나저나 나는 개운해지고 있지만

악기는 점점 컨디션이 나빠지고 있는 게

분명히 느껴졌다.

몸통 안, 천장이 점점 서서히 갈라지다가

갑자기 쩍 하니 벌어질 것만 같았다.

어쨌거나 소란스러운 마음 덕분에

튜너기를 켜고

음정 연습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사진: EBS 다큐프라임 <악기는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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