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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메라타 rin Sep 12. 2022

보이지 않은 곳에서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


대학을 졸업하고 음악학원을 운영한 적이 있다.

기존에 있었던 학원을 인수받아

새로 이름을 바꾸고 시스템을 서서히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했던 시간들이었다.

집중적으로 4년 정도 그곳에 올인하면서

인수받았을 때 약간의 구조변경을 한다며

만들어 놓았던 학원 내 무대에서

1년 동안은 한 달에 한번,

다음 해는 두 달에 한번,

그다음 해에는 일 년을 4분기로 나누어

향상 발표회를 진행했다.

물론 학부모님들을 모두 초대하는 자리기도 했다.

기존에 학원을 운영했던 원장이 학부모님들에게

아무 인사말도 없이 학원을 넘겼던 터라

남아있는 학부모님들의 신뢰를 얻어내기 위해

당시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노력이 필요했다.

3년이 지나서야 그다음 해부터는 1년에 한 번씩

정기음악회를 열며 서서히 자리 잡아갔다.

생각해보면 어떻게 한 달에 한 번씩 연주회를

진행했나 싶지만 그 과정에서 나에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학부모님들과의 연결과 소통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로 구분하고

처리할 사항들의 경계선을

스스로 잘 나누지 못했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자연스럽게 학원 일을 서서히 내려놓게 되었다.


어느 순간에는 조용해진 핸드폰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던 시간들을 마주했다.




카톡에 단체 톡방이 늘어나고 있다.


학원일을 내려놓은 후 단체 톡방에

초대되는 것을 유난스럽게 피하게 되고 힘들어했다.

많은 사람들과의 접촉이 일 외에 더 이상은

내 개인적인 생활에 침투하는 것을

거부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는 시기부터

대신 전달받아야 할 사항들이나

아이에게 여러 관계들이 생겨나며

아이 중심적인 대화들이 오고 가는 엄마들의

단체 채팅방들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이제는 고학년이 되어 엄마인 내가 채팅방에서

누군가와 연결되지 않아도 알아서 필요한 정보들을

알아내고 학교 숙제와 준비물 챙길 수 있게 되어

약간의 해방감을 느끼는 시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들쑥날쑥했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율해 나가는 시기가 지나고

조용한 카톡 생활이 지속되고 있었는데...

올해 들어 나의 선택으로 인해

여러 사람들을 접촉해야 하는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누군가의 초대로

자꾸 단체 톡방이 하나둘씩 늘어간다.


익숙했던 사람들과의 나누는 깊은 대화 자리를

더 편하게 생각했던 나는 또다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단체 채팅방의 알람을 꺼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읽지 않은 메시지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눈으로 볼 때마다 머리가 띵해지는 경험을 했다.

아무래도 나는 사회성이 부족한 것 같은데…

다시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는 일을 선택한

나의 모습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전과는 다른 태도로 일을 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약간의 변화들이 찾아오고 있다.

현재 몸담고 있는 곳의 언어들에 익숙해지고

직접 사람을 통해 느끼고 와닿는

긍정적인 부분들이 생겨난다.

어쩌면 여기 모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성향을

받아들이는데 익숙하거나

연륜과 여러 경험이 많은 분들이

모여있어 그런 생각이 드는 걸 지도 모르겠다.


이곳에서는 '느슨한 관계'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 느슨한 관계 안에서 사람들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로 인해 내 안에서 왠지 모르게

새롭게 전환되는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그동안 생각했던 사람과의 관계의 정의가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걸까.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의

건강한 관계, 그리고 그 현실 안에서의 삶을

잘 꾸려나가고 싶은 나의 마음이

한동안 지쳐있던 다른 한켠의 마음을 극복하고

조금씩 내 시선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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