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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Feb 24. 2023

마지막 졸업여행

우리의 기록

대학교 4년 동안 함께 웃고 또 함께 울며 동거동락했던 친구에게 졸업여행을 떠나자며 4학년 내내 노래를 불러댔다. 영원한 우정이라는 낙인을 찍고 싶어서일까. 여행을 같이 떠난다는 건 나에게 있어서 정말 큰 의미이자 사랑의 확약이었다. 그렇게 학사모를 벗어던지며 우리의 졸업은 막을 내렸고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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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스물네 살의 우리는

"공식적인" 어른이었다. 3년 전 얼떨결에 따놓은 운전면허증이 빛이 바랜 순간이랄까. 랜트카 장소에 도착해 초짜라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애써 다 아는 척했던 내 모습이 돌이켜보면 참 우습다. 한 손에 차키를 쥐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운전석에 앉았다. 늘 운전석의 자리는 아빠였는데. 순간, 내 인생의 온전한 주체가 된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 기댈 곳도 없었던. 오로지 서로만을 믿고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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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와 빨리 친해질 수 있었던 이유도 "결"이 너무 비슷한 사람이었다. 생각하는 방식, 성격은 두말할 것도 없었고 공통점이 너무나도 많았다. 심지어 가족 간의 분위기까지. 둘 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맺음과 끊어냄이 분명해서 그런가. 서로 간의 큰 신뢰를 얻고 나니 "너 없음 대학생활 하지 못했을 거야."라는 말을 4년 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입에 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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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형 인간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우리였는데 여행을 오니 의외로 느슨해졌던 순간들도 참 많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하자고 전날 다짐했지만, 약속이라도 한 듯 알람을 무시한 채 느지막하게 일어나 서로 부은 얼굴을 마주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 누가 뭐라 하는 사람 없이 온전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마음껏 활용했다. 설령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서로가 있음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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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샤워를 마친 뒤 은은한 샴푸와 로션냄새가 맴도는 숙소 안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틀며 예쁘게 화장을 했다. 아무 말하지 않아도 됐다.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는 콧소리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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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운전을 하면 옆에서 든든한 길잡이가 돼주었다. 서로를 믿고 또 믿었다.

"수고했다. 고맙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누구도 우리를 방해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안에서 모든 걸 경험했고 느꼈고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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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고 파릇했던 20살의 우리가 어느새 많이 물어익었다. 이전에 같이 찍었던 사진만 비교해 봐도 참 많이 컸다. 청바지에 하얀색, 검은색 같은 컨버스 운동화를 신고 팔짱을 끼며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오던 대학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전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다는 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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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가 키워나간 우정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늘 응원을 보낼 것이며, 그러다 참을 수 없이 힘들고 보고 싶을 땐언제든 만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캐리어에 짐을 싸고 또 한 번 비행기에 몸을 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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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은 편안함이다.

생각을 가늠하거나 말을 판단할 필요가 없는

그런 사람과 함께 있을 때의 편안함이다.

있는 그대로를 전부 드러내 보이며

농담하고 웃을 수 있는 사람,

충실하고 다정한 손을 내밀며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을 지켜주고 안도의 숨으로 나머지 것들을 날려 보낸다.

-앤드루 코스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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