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협회에서 전화가 왔다. 주간 간병인은 몇 없는데 그분이 이미 일이 잡혀 있어 내일부터는 출근이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그럼 언제부터 오실 수 있느냐는 내 질문에 그분은 금요일이라고 했다. 그럼 그동안은 어쩌냐는 내 말에 그분은 우리 엄마야 어차피 공동간병실에 있으니 3일 동안은 거기에 맡기면 되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했다. 병원 측에서 제시한 것보다 간병비 일당도 1만 원 더 올려달라는 뻔한 스토리도 추가되었다.
와, 속에서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병원 측에다가는 제 날짜에 보내주겠다고 해 놓고는 나에게 따로 전화를 해 저렇게 말을 하는 게 속이 너무 뻔히 보였다. 약 1년 4개월간의 병원생활. 병원 유목민이라 해도 될 만큼 엄마는 여러 병원으로 전원을 많이 했었고 그 때문에 나는 그만큼 다양한 간병업체에 소속된 수많은 간병인 여사님을 고용했었더랬다. 대체로 병원을 옮기면 그곳과 연계된 협회의 간병인을 고용해 왔었으니까.
지난 협회의 경우 협회장 분이 센 언니 말투에 불친절로 무장한 분이었으나 셈이 명확했고 보내주는 간병사분도 나쁘지 않아서 여태 잘 지내왔었는데 오랜만에 간병인 문제로 속이 상하니 옛 생각(간병인 문제로 속상해하던)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휴우, 그렇다 한들 보호자 입장에서 별다른 대안도 없이 협회 측과 싸울 수도 없으니 일단 알겠다고 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정말 간병인 문제는 쉽지 않다.
돈도 많이 드는 데다 간병의 질에 있어 편차도 몹시 큰데, 협회까지 저라면 답이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앱을 통해 공고도 올리고 몇몇 협회에다 전화를 돌렸다.
다행히도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은지 앱에도 지원자가 3-4명이나 되고 바로 직전 이용했던 협회에서 병원에서 이야기해 준 금액과 같은 금액으로 사람을 보내주시기로 했다. 나는 오늘 올라가야 하니 내일 간병인이 어떤 분인지 확인할 순 없겠지만 일단은 마음이 놓였다. 명절 연휴 내내 간식을 나눠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온 우리 병실 공동 간병인 분께 엄마와 새 간병인 여사님을 잘 지커 봐 달라고 부탁드리는 수밖에.
그래도 이번엔 연휴기간을 활용할 수 있어 참 다행이었다. 복직을 하고 나서는 가장 힘든 게 엄마의 외래진료와 이런 전원문제인데 이번엔 설 연휴가 있어 비교적 잘 넘어가는 것도 같다.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차차 병원에도 새 간병인 여사님에게도 적응해 나갈 엄마를 응원해야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