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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고잉 박리라 Feb 24. 2024

간병인의 무단결근

이번주 주말은 간병교대로 병원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금요일 아침 9시도 안 된 시간, 병원으로부터 전화벨이 울렸다. 수간호사 선생님이었다.


간병인이 아직까지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 원인은 어제 있었던 간병인과 작은 다툼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수간호사 선생님의 이야기는 이랬다. 수선생님은 엄마를 씻겨달라고 간병인에게 요청했는데 그게 바로 되지 않아 한소리를 했고 그다음 날인 금요일부터 출근을 하지 않기에 간병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자신에게 화를 내며 욕을 하더라는 것이다. 휴우;;

일단 알겠다고 하고 이번엔 간병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간병인의 이야기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주말에 목욕을 시켰고 내 요청대로 매일 물로 손과 발, 세수까지 시켜드리고 있는데 수선생님이 자꾸 우리 엄마에게 냄새가 난다며 당장 목욕을 시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재활 스케줄 때문에 바로 목욕을 시키지 못하고 오후에 목욕을 시키려 했는데 수선생님이 자기 말을 안 듣는다며 소리소리를 지르기에 마음이 몹시 상했으나 어쨌든 목욕을 시키고 나오긴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더는 못하겠 다는 것이다. 휴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니 참 답답했다. 그저 서로 간에 입장차 혹은 기싸움이 있는 듯했고 나는 간병인에게 고압적인 언어를 사용한 수선생님도 그렇다고 보호자에게 말도 없이 무단결근을 한 간병인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어찌한단 말인가. 무슨 계약서 같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닌 것을. 그렇다고 이 시점에 병동을 옮기기도 그렇고.

게다가 막내의 어린이집 졸업식이 있는 날인지라 당장 엄마에게 내려가 볼 수도 없는 상황. 일단 공동간병실에 있으니 하루는 그곳 간병인이 잘해주리라 믿을 수밖에...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 졸업식을 마치고 다시 회사에 들렀다 퇴근 후 곧장 기차를 타고 대구로 내려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만난 엄마.
잘 지냈느냐는 말에 계속해서 고개를 도리질하는 엄마를 보니 속이 상해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일단 아무렇지 않은 듯 표정을 고치고 아이들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고 엄마를 씻긴 다음 함께 티브이를 보고 코끼리 자전거를 타고 다이아몬드 게임을 하며 그렇게 평범한 시간을 보냈다.

밤에 집으로 돌아와 간병협회 여기저기에다 전화를 돌려보았지만 요즘엔 주간간병인이 귀하다는 말만 돌아올 뿐 딱히 엄마를 봐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질 않으니 내 속만 타들어 간다. 이 난관은 또 어떻게 지나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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