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의 무단결근 사건 이후 병원 측 협회를 통해 새 간병인이 왔다. 그간의 경력과 통화상으로 전해지는 차분하고도 믿음이 가는 음성에 나는 새 간병인의 얼굴을 보지도 못했지만 마음이 놓였다.
목관에 사지마비 환자라 엄마의 돌봄 난이도는 상. 그래도 그간 엄마를 돌봐준 간병인들이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엄마가 점잖아서 생각보다 할만하다고 했었다.
여하튼 새 간병인이 오고 약 2주 만에 본 엄마는 내 생각 이상으로 컨디션도 위생상태도 괜찮았다. 짧게 자른 머리가 새로 가져간 하얀색 반팔 티셔츠(환자복 안에 입을)와 패딩조끼(재활실에서 입을)에 제법 잘 어울렸다.
통목욕을 시켜드리고 재활실에서 자전거를 타고 글씨 쓰기 연습을 하며 시간을 보내자 이틀이나 되는 주말이 후다닥 지나갔다.
요양병원으로 옮긴 지 딱 3주.
엄마는 제법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 아직 뚜렷하게 좋아졌다는 게 보이진 않지만 휠체어 트랜스퍼 때 엄마가 다리에 약간의 힘을 주고 있단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느려도 괜찮으니 이렇게 아주 조금씩이라도 좋아지기만 한다면... 이 병원이 엄마의 마지막 병원이라면... 자꾸 욕심만 는다.
장기간이 될 병원생활. 나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조급해지지 말자. 엄마의 속도에 맞춰가자'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