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마님 Aug 10. 2022

마떼 오 떼, - 크리스티앙

칠레의 수질평가 연구원

Toma mate? o, te? (마떼 마실래, 차 마실래?)


크리스티앙에겐 자석처럼 붙어있는 두 가지가 있다. 한 손엔 마리와나, 한 손엔 마떼.

그는 눈썹을 잠깐 치켜올리거나 살짝 손짓하는 것으로 권유한다. 집에 들인 손님에게 예의상 하는 질문이다. 결코 두 번 권하는 일이 없어 좋았다.


사실 남미에서는 누구든 마약에 관해선 그랬다. 한 번 물었다가 아니, 하면 다시 묻지 않는 게 규칙 같았다.


내가 '둘 다 됐어, ' 하면 크리스티앙은 물을 데운 김에 커피나 차를 타서 내 앞에 놓아주었다.


크리스티앙과의 대화는 항상 즐거웠는데, 한정적이었다. 하루에 저녁 식사 자리 나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을 때를 빼고 거의 그와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그는 자전거로 30분 거리에 땅을 사서 지반을 다듬고 정원을 만드는 중이다. 돌과 나무로 직접 집을 지을 생각이라, 여름에는 비가 오든 맑든 부지런히 가서 일해야 한다. 겨울에는 마른 날이 거의 없어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면 그는 좁은 부엌에서 노래를 부르며 설거지를 한 후, 한 평만 한 작은 방에 처박혀 연구서류를 만드는 일을 했다. 좁지만 그의 연구실은 여러 개의 현미경과 서류철들, 표본들, 다이빙 슈트와 도구들이 제자리에 정리되어 있었다.


그는 바다나 강, 호수의 수질을 검사하고 표로 만들어 오염수치를 도표화하는 일을 한다. 연어 가두리나 가공 공장에서 내뱉는 각종 오염물질이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다.


"연어 농장은 웩, 그냥 똥덩어리지. 환경에 전혀 좋지 않아. 살은 다 한국이나 일본이 사가고, 여기엔 오염된 강물만 남아."

그는 한국에 가서 "칠레산 연어"를 볼 때마다 이곳을 생각해 달라고 했다.


연어 가두리와 가공공장은 큰돈이 들어가고 나오는, "돈 되는 사업"이다. 국내외 기업들이 앞다투어 투자하고, 정부는 법으로 그들의 뒤를 받쳐준다. 그들은 최소한의 양심 같은 것으로 수질검사를 하고 보고 철을 만드는 데, 그들이 정해준 수치가 나올 때까지 수질을 검사하는 게 그의 몫이다. 제대로 검사하면 그들의 기준에 맞출 수 없다며, 크리스티앙은 괴로워했다.


박사학위를 딸 때까지 그는 자연에 머물며 물에 들락거리고, 바다생물을 관찰하는 게 즐거웠다. 그 신비한 경험은 모두 과거의 것이다. 이제 그는 지시자에 의해 오염된 물에 몸을 담근다.


"집 다 지어지면, 일은 이제 그만해야지. 나는 빚내서 땅을 사지 않았거든."


"10년 후에 다시 와볼게. "


그의 이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여전히 양손에 하나씩 마떼와 마리와나를 든 그의 곁에, 더 많은 동물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길에서 사는 개, 고양이,

그리고 바라건대, 여전히 많은 파타고니아의 철새들이.



나를 보면 똑같이 묻겠지,

"마리나와나 할래, 아니면 마떼 마실래?"









매거진의 이전글 산에 머물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