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스러운 긍정보다 자유 속에 '나'를 두기
남편과 나는 식성부터 체형, 말투, MBTI 모든 게 다른데,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 어떤 것에 푹 빠진 적이 없다. 미치게 좋아하는 것,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 게 없다. 남들이 좋대서 가 보고, 재밌대서 한번 해 본다. 그게 취향으로까지 이어지진 않는다. '5년 차 부부의 노잼 인생 탈출 프로젝트'를 선언해 놓고 막막했던 이유다. 노잼 인생을 벗어나고자 갑자기 안 하던 걸 하고, 좋아하는 걸 찾아나서는 게 왠지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방법도 잘 모르겠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를 떠올리며 생각을 고쳐 먹기로 했다. "너무 거창하게 시작하려고 하지 말자. 우리가 평소에 하던 일을 조금 다른 관점으로 해 보자. 억지로 좋아하는 걸 찾지 말고 평소에 하던 것, 내맘대로 되지 않던 걸 각자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해 보는 거야."
남편은 달리고, 나는 쓰기로 했다.
남편은 운동만 하면 다친다. 골프를 시작했다가 갈비뼈가 두 번이나 부러졌다. 헬스를 하다가 어깨를 다쳐 한동안 팔을 못 들었다. 달리기를 시작하겠다고 나선지 며칠 만에 무릎이 나가 또 멈췄다. 그 모습을 죽 지켜본 나는 "이 정도면 운동이 안 맞는 몸이 아니냐"고 비아냥 섞인 말투로 타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게 하루를 지탱하는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나는 글쓰기를 싫어한다. 아이러니하게 글쓰기가 꼭 필요한 일을 하면서도 그랬다. 어린 시절, 독후감 대회에서 상을 받아도, 미술 대회에서 상을 받지 못해 더 아쉬워했다. 대학교를 다닐 때는 글쓰기 수업을 어떻게든 빠지려고 했다. 1학년 학부 수업 때 수강 포기 신청에 실패한 시창작 수업은 꾸역꾸역 출석만 채워 C+을 받았다. 내 글이 싫었고 쓸수록 어려웠다. 사회인이 되어서는 "글을 잘 써야 한다."는 말만 무겁게 남았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미숙한 것, 미숙하다고 여기는 일에 자유로운 마음으로 부딪혀보기로 했다. 아무도 평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내맘대로 해 보기로 한 것이다. 이상하게도 그 자유로움이 우리를 움직였다. 남편은 땀으로 하루를 털어내고, 나는 문장으로 하루를 정리한다. 무릎이 아프면 조금 덜 뛰면 그만이다. 평가 받지 않는 글은 마음가는 대로 쓴다. 일말의 뿌듯함만 남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내가 싫어하는 일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기보다 그 안에서 자유를 찾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