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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Jun 24. 2022

98% 그 말씨에 정 언저리 붙여두지 마세요

이별의 조건


chapter 1. 뜨거운 것들은 하나같이 따뜻하다고 착각하게 된다.


 정은 붙었다 떼었다 하면서 사랑은 왜 식는다고 할까요. 그땐 너무 뜨거웠기에 날 특별하게 만들어 준 사람을 감히 차갑게 생각할 수나 있었겠어요. 다시금 누군가의 온도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의 체온을 그리워한다는 것, 그것이 내가 살아있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뜨거운 것들은 하나같이 따뜻하다고 착각하게 돼요. 화롯불을 키운 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조금의 장작 불씨였는데. 



chapter 2. 열애 중엔 2mm짜리 알량한 로맨스 필름이 씌워져 있다.


 자꾸만 사랑하고 싶었던 거죠. 이미 세상을 보는 눈엔 2mm짜리 알량한 로맨스 필름이 쓰여 있어서 마음을 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운 법이니까. 제 마음속을 뒤적거려 그중에 가장 소중한, 가장 예쁜 말을 꺼내보아도 부족하다고 느껴지던 때가 있었죠. 눈을 반짝 뜨고 나면 감히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모습이 보이고 속에도 없는 말을 내뱉게 될 걸 모르고.



chapter 3. 미안함과 매정함을 한 저울에 달면 기울지 않는다.


 사랑이나 관심이나 다를 바 없는 것도 매한가지인 거 같습니다. 배분하려니 마음을 주게 되고 두쪽으로 갈리기보단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들 말이에요. 달이 기우는 줄도 모르고 보내던 서로를 향한 메시지는 알량한 권유의 깃을 담은 나의 손가락의 행위였을 뿐이고 나의 귓결을 타고 흐르던 잔잔한 곡조는 사실 화를 낼 줄 아는 아무개의 목소리, 내 마음을 찢을 수 있는 소음이었습니다. 



 과할 만큼이나 녹록해진 사랑은 충분히 받아도 채워지지 않는 것, 이것이 이별의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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