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의미 없는 글쓰기는 그만.
벌써 84번째 글을 작성하고 있다. 무언가 바라고 적은 것은 아니다. 내가 가진 내면의 고민이나 결론들을 나열해보기도 하고, 투병일기도 쓰면서 나에 대해 기록을 남겨 놓기위해서였다. 돌이켜보면 참 좋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어느새인가 글을 하루에 한 번은 꼭 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 잡혔다는 걸 깨달았다.
글을 잘 쓰지 못하지만 목표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매일매일 쓰다 보니 글이 퀄리티나 내 결론을 제대로 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랄까. 왜 글을 써야 하는지 다시 한번 재고해 봐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난 왜 글을 쓰는가?. 이전에 언급했듯, 여러 가지 결론을 내기 위해서 쓰고 있다. 그렇다면 왜 결론내야하는가?.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타인의 생각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결론지으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내 삶을 온전히 살아내려 글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인가 결론 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강박과 불안이 시작됐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창의력이나 글의 논리조차 차츰 사라져 가는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애써 잘 작성해 놓은 글을 빨리 마무리 지어버리느라 글이 이상해지기도 했다. 또 결론내고 싶은 주제를 생각해도 더 이상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인생을 내가 아니라 강박에 의해 살아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브런치에 임시 저장된 글은 수십 개에 달한다. 쓰다가, 말고 그러다 다시 쓰다가 말고. 애써 찾아낸 글감도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기 때문에서인지, 글이 꼬이고 꼬여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곤 했다.
결국 이 모든 강박은 1일 1 글이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앞으론 1일 1 글을
쓰지 않으려 한다. 내가 애초에 글을 쓰려고 했던 이유처럼, 결론짓고 싶은 일련의 사건이나 생각이 들 때 글 쓰려 한다.
그래도 3달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써보았는데 나름 대견스럽기도 하고 뭐 한 건지 생각도 들고 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밤이다. 이 모든 문제의 본질을 생각해 보면, 결론내야하는 이벤트가 줄어들었기 때문인데, 아마도 내 세계관이 작아서 생긴 사태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인풋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글을 안 쓰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인풋도 넣고 글쓰기 실력도 높이며 글쟁이의 삶을 살아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