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대에서 담배를 배웠다. 정확히는 스스로 선택해서 담배를 피웠다. 왜냐하면 담배 피우는 사람들의 마음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매번 작업을 할 때나, 쉬는 시간에 그들은 담배를 태우기 위해 꼭 나갔다. 왜 나갈까?, 무엇이 그렇게 그들을 흡연으로 이끄는 것일까?, 그들만의 리그는 무엇일까? 당시에는 담배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이 있었다.
첫 담배의 경험은 뿅---- 머리가 어질어질하며 기침이 나왔고, 이내 기분이 업된 느낌이 들었다. 그 후에는 별다를 것 없이 "아, 이게 담배구나"정도였을까. 담배를 피고 나서 6년간 쉬는 시간마다, 작업 때마다, 심심할 때마다 담배를 피우는 골초로 살았다. 하루 6개비에서 어느덧 24개비를 피고도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하루에 4갑 정도를 피우던 때가 있었다. 당연히 건강에 이상이 찾아왔다. 증상은 이유 없는 기침이 시작되면 멈추지 않았다. 안 그래도 유전적으로 안 좋은 기관지를 담배로 혹사시키고 있었다. 그 대가가 지금 나타났으리라. 그때 깨달았다. "담배를 안 끊으면 제 명에 못 살겠구나."
금연을 하기로 결심했다. 내킨김에 주변 직장 동료들에게도 담배 끊기 내기를 제안했고, 2명이 응해 총 3인의 금연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프로젝트는 간단했다. 20만 원을 걸고, 담배를 피우게 되면 20만 원을 내는 것. 예외는 없으며 최종 승자가 40만 원을 갖는 구조였다. 간단한 서약서를 작성하고 모두 금연을 시작했다.
금연의 취지에 맞게 참여하지 않는 주변 동료에게도 알렸다. "우리는 금연 중이니 흡연할 때 부르지 말아 달라." 주변 동료들은 우리의 내기가 재미있었는지 흔쾌히 받아줬으나, 가끔 이런 말을 하는 동료도 있었다. "야~ 그냥 필 거 오늘 그냥 펴~" 아주 혹한 제안이었으나 넘어가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 첫 탈락자가 나왔다. 직장 동료 중 막내였는데,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C ~ 8을 외치며 담배를 폈다."
뭐, 당시에는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다음 날 내기에서 실패했다는 것, 그리고 벌금을 제출하라는 것을 전했다. 당시 기억으로 흔쾌히 냈던 기억이 난다. 그 20만 원은 남은 2인이 각 10만 원씩 나눠 가졌다.
두 번째 탈락자가 나왔다. 당연히 나는 아니었고 이번 사유는 여자친구와의 헤어짐. "나 여자친구랑 헤어졌는데, 너무 답답해서 담배 한 개비만 피자.."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먼저 위로를 건넸다. 그리고 내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꺼내 벌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의 벌금 20만 원에 첫 번째 탈락자 벌금 10만 원이 더해져 총 30만 원을 내게 건넸다.
그렇게 최종 승자는 내가 되었다. 다행히 지금도 그 약속을 잘 지켜 오고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무모한 도전이지 않은가?. 이 단순한 방법으로 많은 사람이 어려워하는 금연에 성공한 것이 말이다. 여하튼, 난 그렇게 금연에 성공했고 그들에게서 받은 40만 원으로 가지고 싶었던 플스를 구매해 같이 즐겼다.
금연이 성공하면서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맞이했다. 바로, "살"이다. 금연을 시작한 후 1년 사이에 20kg 쪄버렸다. 니코틴에 의해 대체되던 호르몬이 끊기자, 나의 뇌가 니코틴의 대체제로 "당"을 찾았기 때문이다. 과자나 밥이 없이는 하루가 너무 우울했고 그렇게 마구마구 먹어댔다. 운동도 꽤 열심히 했는데, 약간이라도 느슨해지는 기간에는 어김없이 살이 찌곤 했다. 담배를 끊음으로써 건강(흡연) <-> 건강(비만)으로 등가교환 된 것 같은 느낌은 기분 탓인가..
금연은 내 인생 중 꼭 필요한 행위 중 하나였음은 분명하다. 건강은 둘째고, 내가 뇌의 호르몬에 의한 습관을 끊어내고 새로운 습관을 형성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 방법이 어떻든, 스스로의 의지로 호르몬을 대체하는 행위는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담배 끊은 사람보고 "진짜 독한 사람이네"라는 말. 그 말을 다른 말로 하면, 성공 확률이 높은 사람이라는 말과 같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적어도 그들은 자신의 의지로 본능, 호르몬을 이겨냈으니 말이다. 앞으로도 이런 경험을 쌓아 성공의 발판으로 마련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