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독서모임에 참가했던 적이 있다. 그 모임은 2주 동안 진행되는 모임이었는데, 목표는 다른 독서 모임과 같이 하루 성장, 독서, 운동 3가지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었다. 이 모임에는 특별한 것이 있었는데 주 1회 모임장에 의해 [거북목 탈출 필라테스]라는 온라인 모임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나는 오랜 사무 업무로 인해 굽은 등이 있었기에 바로 참가했다.
온라인 수업은 화상으로 진행됐다. 카메라를 일정 각도로 자신을 비추고,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을 모임장이 실시간으로 교정해 주었다. (웰리라는 온라인 필라테스 플랫폼 방식) 1시간여의 운동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동작은 잘 안 나오긴 했지만, 안 쓰던 근육을 써서 그런지 시원하고 균형감을 찾는 느낌이 들었다.
필라테스는 여자들만 하는 운동인 줄만 알았다. 레깅스를 입어야 하고 몸매가 이뻐지게 만드는 운동, 내게 필라테스는 딱 그 정도의 운동이었다. 그러나, 위의 첫 필라테스 경험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균형. 내가 찾던 운동이 딱 여기에 있었다. 나는 그동안 고질적인 어깨 부상으로 곤욕을 겪고 있었다. 재활을 할 처지는 안되었기에 치료 -> 부상 -> 치료 -> 부상의 반복이랄까. 그런데, 필라테스를 하면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내 몸은 균형이 무너져 있었다. 가슴 근육은 컸으나 짧아졌으며, 어깨 근육은 본래 기능을 잊고 찝히곤 했다.
단단하던 코어 근육은 더 이상 없었다. 이러한 원인을 고민해 보니, 결국 운동을 장기간 쉰 것이 문제였다.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스트레칭을 게을리한 죄였다. 내 몸은 그렇게 균형을 잃고 굳어져만 가고 있었던 것이다.
첫 온라인 수업 이후 깨달은 바가 많았다. 어떻게 하면 균형을 되찾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았는데, 오프라인 필라테스를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필라테스 창시자 조셉 필라테스가 남자이며, 이 운동은 운동이 부족한 포로들이나 남성을 대상으로 시작됐다는 점이 도움이 많이 됐다. 그렇게 난 필라테스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주변 여러 곳의 필라테스 전문점을 알아보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있었다. 여러 군데에서 가격, 강사 등을 알아보았는데 날 단번에 사로잡은 전문점이 있었다. 바로, 남자가 필라테스 강의를 해주는 곳이었다. 심지어 이곳은 AI를 통해 카메라로 전신을 촬영 후 체형을 분석해 주는 프로그램도 보유한 곳이었다. 처음 하는 내게 딱인곳이었다.
남자 강사에게 방문 예약을 잡고 프로그램 안내를 받았다. 가격이 생각보다 있었다. 그러나 당시 내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내 신체를 더 원활히 움직 일 수 있을까? 였기에 8개월을 결재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상당한 금액이라 무모한 결정일 수도 있겠으나 현시점에서 내 판단이 옳았음을 느끼고 있다.)
첫 오프라인 필라테스를 접한 날의 감정은 걱정, 힘듦, 죽음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강사 분을 제외하고, 나 혼자 남자였기에 다른 여성분들과 함께하는 데 있어 걱정됐었다. 대부분 레깅스를 입고 오셔서 내 시선처리에 오해가 있진 않을까?, 내가 너무 못하진 않을까? 등등의 걱정들. 하지만 이 모든 걱정은 역시 기우에 불과했다. 운동을 진행하는 동안은 너무 힘들었다. 시선이고 나발이고 일단 살고 봐야겠다는 심정으로 필라테스 운동에 임했다.
안 쓰던 근육들을 써서 그런가? 다리는 1시간을 내리 달린 것 마냥 덜덜덜 떨렸고, 전신이 구타당한 듯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이게 돼?"라는 것. 그리고 "어? 이게 되네"라는 것이었다. 내 안의 모든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가며 균형을 되찾고 있었다. 그렇게 마친 첫 수업에서 나는 이 선택을 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오늘도 필라테스로 온몸의 비명을 느끼고 왔다. 아직도 허리와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아주 탁월한 선택이라는 점은 변함없다. 만약, 내가 이전의 고정관념과 시도하지 않는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면 절대 이런 감정이나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시도했고 시도 중이며 균형을 이뤄 낼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정신과 균형 잡힌 몸으로 살고 싶다. 혹시나 필라테스를 망설이는 남성이 있다면, 강력 추천한다는 말과 함께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