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아소 / 포토그래퍼 유송
* 보현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요즘 일상은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주중에는 회사에 가요. 편도 한시간 반 거리를 통근하다 보니, 밤 9시만 되면 졸려서 일찍 잠들곤 하는데요. 주변에서는 신생아냐고 놀리기도 합니다. (웃음) 주말에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거나 병원에 가요. 아파서라기보다는 그동안 못 갔던 치과나 피부과에 방문하는 식으로 저를 위한 투자를 하고 있어요. 그렇게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보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조금 지루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안정된 루틴이 있는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고 행복해요.
대학생활을 열심히 하게 된 원동력이 있나요?
타고난 성격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시간을 허투루 쓰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었고, 제 기준에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하지 않고 있으면 늘 마음 한 켠이 불안했거든요. 영화 <인사이드 아웃2>에 나오는 ‘불안이’처럼요.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매순간 치열하게 공부하고, 또 추억을 쌓았던 것 같아요. 학생단체와 학회 활동에 늘 진심으로 임했고, 시험기간에도 ‘중도귀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며 공부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일이든 놀이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도 없고요.
대학생활을 끝마친 지금, 과거의 보현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좋게 포장하자면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말을 해 주고 싶은데요. 한편으로는 그렇게 불안해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불안함이 원동력이 돼서 끊임없이 뭐라도 하려고 노력했고, 덕분에 빠르게 졸업하고 취업해 지금의 제 삶이 그때보다 훨씬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해서요. 가여움과 대견함 그 사이의 이름 모를 감정이 들곤 하는데, 고생 많았다고 다독여주고 싶습니다.
스스로의 삶에서 이전과 달라졌다고 느낀 터닝 포인트가 있나요?
3학년 때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어요. 떠나기 전에는 낯선 환경에 홀로 내던져진다는 사실에 겁도 많이 나고 무서웠는데, 오히려 혼자 여행하면서 제가 생각보다 용기 있고 강한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또 한국으로 돌아가면 졸업반이라는 생각에 불안했던 제게, 외국인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서 괜찮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아직 어린 나이인데 걱정할 게 뭐 있냐며, 뭐든 하면 된다고 격려해주는 친구들 덕분에 저도 덩달아 걱정은 덜고 부딪혀보자고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고, 그 시간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교환학생 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처음 영국에 간 날, 늦은 밤에 기차에서 내렸어요.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서 숙소 앞으로 찾아가야 했는데 짐이 굉장히 많은 상황이었죠. 그때 역무원 분께서 숙소 입구까지 제 짐을 다 들여놔 주셨어요. 한두 개가 아니었는데도 귀찮은 기색 하나 없이 그저 친절하게요. 그게 영국에 대한 제 첫 기억이자 첫인상이었어요. ‘영국은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이미지가 영국에서의 만족스러운 교환학생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어가며 깨닫는 지점인 것 같은데요. 다들 고등학생 때는 대학만 가면 끝인 줄 아는데, 사실 취준이라는 더 큰 벽이 기다리고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대학생 때는 회사만 들어가면 끝일 줄 알았는데, 막상 직장인이 되어 보니 아직 제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게 여실히 느껴지더라고요. 최종 목표라고 생각했던 것들 뒤에는 늘 또 다른 성장의 발판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이제는 무언가를 최종 목표라고 정의하기보다, 막 시작된 직장인으로서의 삶에서 이룰 수 있는 단기적인 목표들을 세워 보려고 해요. 최근에는 어떻게 하면 회사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입사 후 만난 좋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잘 쌓아 나갈 수 있을지. 그런 것들을 열심히 고민하고 이뤄 보려고 합니다.
30대의 보현은 어떤 사람이 돼 있으면 좋겠는지.
현실적으로는 가정을 꾸려서 행복하게 살고 있으면 좋겠어요. 성격적으로는 조금 무던해지고 싶고요. 지금까지는 너무 사소한 일에도 불안해했으니까요. 그게 저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지기도 했거든요. 사소한 변화에는 무던하게 대처하고,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베풀 수 있는 삶을 살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어 아소 / 포토그래퍼 유송
2024.07.02 보현님 인터뷰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