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지민 / 포토그래퍼 민경
* 용민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창작활동을 해오시면서 유달리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대학교 1학년 때 2018년도에 친구들 저까지 4명이서 몽골에 여행을 갔어요. 은하수를 너무 보고 싶어서 그 이유로 제가 가자고 했던 건데, 이제 새벽 4시에 다같이 돗자리를 펴고 밖에서 누워서 밤하늘을 봤는데 별이 막 쏟아지는 거 있죠. 그때 별들을 이불처럼 덮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보이는 게 하늘밖에 없으니까 누워서 그 당시에 별 이불이라는 노래를 만들었거든요. 퀄리티가 엄청 좋거나 출시가 된 곡은 아니지만 제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담았던 노래인 것 같아서 만들면서 재밌었던 것 같아요.
반대로 힘들었던 작품도 있어요. 영화인데요, 창작이 재미있으려면 제가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바를 현실에 충실하게 구현을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영화는 기술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것을 100% 만들기 어려웠어요. 제가 생각하는 건 이쪽인데, 제 손가락의 한계로 원하는 장면이 안 나오는 일들이 좀 있었고요. 영화를 위해서 고생하는 많은 스태프 친구들에게 미안한 감정도 들었고요. 혼자 하는 작품은 혼자 고통받으면 되는데 영화는 여러 명이 고통받아야 되잖아요.
창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림 그리는 걸 되게 좋아해서 그림을 좀 오랫동안 그렸었고, 음악을 또 되게 좋아해서 작곡도하고 밴드도 오래 했어요. 그 외에도 글짓기, 만화 그리기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했었는데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영상이라는 장르더라고요. 그래서 영상학과에 오게 돼서 영화를 만들고 지금까지 영상 쪽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정을 내렸다기보다는 정말 그냥 자연스럽게 제가 좋아해서 하다 보니까 가장 잘하는 게 이쪽 분야였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로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다면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해서 정말 자연스럽게 영상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림 음악 등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드는 걸 되게 좋아했거든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제 저는 제 작품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있었으면 좋겠는 거죠. 사람들이 놀러 가서 왔다 갔다는 낙서를 남기곤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세상에 낙서를 남기고 싶어요. 그렇게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방법이 저에게는 창작인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거창한 건 아니고요. 그냥 제가 만든 걸 사람들이 재밌게 즐겼으면 좋겠어요. 저는 엄청 예술적이거나 의미를 담는 창작을 하기보다는 그냥 단순하게 재밌고 귀여운 그림, 음악도 그냥 정말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요. 영화도 마찬가지로 특별한 제 어떤 사상을 담고 있는 것 보다는 그냥 힐링 타임으로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좋은 연출은 어떤 연출일까요?
저는 예술대학을 나왔고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학생이지만 너무 지나치게 자신만의 세대에 갇혀 있는 소위 말하는 예술병이라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창작자가 담고자 하는 바를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거, 그게 좋은 연출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제가 어떤 심오한 생각이 하나 있어서 영화를 만들었는데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도 즐기지 못해 관객 수가 한두 명 밖에 없다면 저는 좋은 연출이 아닌 것 같아요. 어쨌든 창작물은 관객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경우에 따라서 가장 생동감 있는 게 그림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해요. 영화는 계속 끊임없이 정보를 제공하잖아요. 그래서 그걸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데 상대적으로 그림은 더 상상을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어떤 상황이 펼쳐져 있는 그림이 있어요. 그걸 보며 저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들일까, 저 사람들은 어디서 왔을까, 왜 죽고 있을까 등 이런 상상을 하게 되고 스토리를 알고 싶어져요. 감상자에게 많은 상상력과 영감을 주는 작품들이 있는데, 그런 그림은 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동적인 것 같아요.
모노노케 히메가 인상 깊었어요. 그 안에 트랙 중에서 유명한 건 두세 개 되는데 전체 다 합하면 수십 개 되거든요. 그 트랙들을 다 듣기 위해서 영화를 네 번 연속으로 본 적도 있고 그래요. 예전에 고등학생 때는 이누야샤를 봤는데 그 음악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180화 가량을 정주행하고 사운드 트랙만 모아둔 유튜브 영상을 듣고 그랬어요. 영화와 영상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 크다고 생각해요. 음악이 좋으면 계속 찾아보게 되고, 심지어는 스토리가 아무리 좋아도 음악이 안 좋으면 와닿지 않더라고요.
인터뷰어 지민 / 포토그래퍼 민경
2024.08.13 용민 님 인터뷰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