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특집 인터뷰 <모든 구독자도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는 휴스꾸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로, 그동안 휴스꾸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신 구독자분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습니다. 공동체 속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묻고 듣고 수집해 오는 일의 가치를 이번 게시물을 통해 풍부히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귀한 답변 나눠주신 구독자분들께 감사 인사 전합니다.
* 휴스꾸 구독자 순명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아버지가 삼성에 다니셨어요. 중학생 때 갑자기 집에 카메라가 무더기로 쌓여 있어서 ‘이게 뭐야.’ 이랬는데 디지털카메라 시제품으로 만들던 거였더라고요. 그때는 한메일로 이메일을 주고받던 게 유행하던 시대였어요. 반에서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사진을 찍어서 그 친구한테 편지를 쓰면 좋아하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을 했어요. 카메라를 들고 학교에 간다는 것 자체가 없었으니까, 중학교에 카메라를 들고 가도 제재를 잘 안 했어요. 열심히 사진 찍어서 애들한테 보내고 했던 거죠. 그러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좀 더 예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진 편집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리고 홈페이지 만들던 게 유행했을 때라 홈페이지는 어떻게 만들 수 있지? 그런 식으로 관심사들을 조금씩 펼쳐 가다 보니까 (사진은) 중학교 3학년 때 제가 우연하게 골랐던 하나의 행동인데 현재 IT 회사에서 일하게 된 것에도 연결이 되고, 지금까지 취미로 하고 있는 사진도 연결이 되는 거예요. 어릴 때는 작은 인풋이었는데 지금은 인생의 가장 큰 부분으로 작용하고 있는 거죠.
요즘 ‘미드저니’라고 AI로 이미지 생성하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보통은 이런 거예요. 지금 이 상황을 담기 위해서 ‘카페에서 인터뷰하고 있는데 가운데는 검은 티를 입고 있는 남자가 있고, 인터뷰어 두 명이 의자에 앉아 있는 사진’이라고 하면 아마 이 장면이 그대로 나올 거예요. 특정한 무드를 가진 이미지를 만드는 일은 나보다 AI가 잘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우리 집에 있는 내 아이를 찍어서 이 아이의 일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은 AI로 대체될 수 없는 일이고, 저만 할 수 있는 일인 거예요.그리고 아이가 그 모습인 시절이 너무 짧아요. 뭐라도 좀 변해요. 이번에 와이프랑 3박 4일로 여행을 갔다 왔어요. 둘째가 생겨서 더 이상 우리 둘만의 여행은 없겠다고 생각하고 다녀왔는데, 그사이에 애가 또 커 있는 거예요. 말도 더 또박또박하게 하고 다리도 좀 더 길어진 것 같고. 그 시기에 그 아이는 그때밖에 존재하지 않아서 그런 것들을 잘 남겨놓고 싶어요.그거를 찍어가는 게 인생에서 최고의 재미와 기록이고, 나만이 할 수 있는 활동인 것 같아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기 주체성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행을 좀 많이 다녔다고 했잖아요. 예전에 첫 여행지가 와이프랑 파리에 갔던 거였어요. 숙소 예약을 잘못해서 독채가 아니라 호스트랑 같이 지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때는 잘못 예약한지도 모르고 가서 ‘아, 호스트랑 같이 써야 하는구나.’ 했는데 그 호스트가 한국에서 촬영 감독 같은 일을 하다가 파리에서 웨딩 스냅 찍어주는 분이었던 거예요. 너무 부럽더라고요. 저도 사진 찍는 거를 좋아하니까 내가 불어를 좀 잘했으면 저걸 했을까 하는 고민도 좀 들었어요.
그래서 인생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내가 더 재미를 찾을 수 있을 때 선택하는 게 장기적으로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할 때가 있어요. 내가 지금 다시 학교생활로 돌아간다면 무슨 선택을 할까? 적어도 회사에 다니는 선택은 안 하지 않을까 하는 얘기들을 좀 많이 하는 편이에요. (웃음)
휴스꾸를 팔로우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거를 놓치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슬쩍 보면 ‘아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그냥 넘어갈 거예요. 하지만, 이 계정에서는 계속 콘텐츠를 올릴 거고, 그 당시에 맞는 질문들을 계속해서 던질 거잖아요. (게시물을) 깊이 보지는 못하더라도 팔로우를 해놓고 어떤 뉘앙스의 고민을 하는지 볼 수 있으면 나한테 좋겠다고 생각하고 팔로우했던 것 같아요.
그 친구들이 사는 것을 보면서 제가 고민하던 것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 케이스들도 있어서 (휴스꾸를) 보는 편이에요. 휴스꾸 볼 때 되게 좋았던 게 저는 그 친구들한테 그런 질문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휴스꾸에서는) 되게 시시콜콜한 것들부터 졸업을 앞둔 사람들의 마음이라던가, 최근에 가장 관심이 있었던 것도 물어보고, 학교에 있는 친구들이 인생에 대해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도 툭툭 던지면서 볼 수 있는 게 재밌어서 좋아요. 그런 배경 때문에 저는 계정을 계속 지켜보고 있습니다.
회사원 입장에서 다른 이들이 궁금하다면 알아볼 수 있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회사의 이름을 걸고 직접 만나보는 것이고, 남은 하나는 이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에 찍고 있는 점을 계량화시킨 숫자로 보는 거예요. 회사를 걸고 만나면 이 사람 삶의 전반적인 것들을 듣기는 어렵잖아요. 그리고 지표로 보게 되면 개인이 없어지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까 개인의 인터뷰를 회사가 아닌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보는 게 소중한 것 같아요.
(휴스꾸가) 정말 진솔한 얘기를 잘 다루고 있는 채널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최대한 사진 찍듯이 넣어 놓으려고 해요. 제가 그 나이대에 누군가와 얘기할 수도 있잖아요. ‘아, 이런 고민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고요. 그런데 사실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어릴 때 저도 그 생각을 했고 비슷한 고민의 근본이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걸 잊고 있을 확률이 높고 그것들을 활자로 확인하는 것 자체가 저에게 줄 수 있는 임팩트가 있기 때문에 그런 지점에서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위해서 해주는 게 있나요?
저는 사진을 찍을 때 재미를 느끼니까 어릴 때는 인센티브를 받으면 카메라 렌즈를 하나씩 샀어요.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는 카메라를 다 팔고 정말 어릴 때부터 갖고 싶었던 카메라를 샀어요. ‘라이카’를 샀는데, 그게 저한테 해준 가장 큰 거였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릴 때 ‘라이카’를 싫어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제가 경영학부 들어가서 처음으로 발표했던 5분 스피치의 주제도 ‘라이카’였고, 네이버 자기소개 질문 중의 하나가 브랜드 경험에 관해서 설명하라는 거였는데 그거에도 ‘라이카’를 쓴 거예요. 나중에 생각해 보면 ‘나 라이카 좋아하네.’였던 거죠. 그냥 그때 돈이 없던 거였구나. (웃음)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