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정 / 포토그래퍼 또트
* 두 번째 특집 인터뷰 <모든 구독자도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는 휴스꾸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로, 그동안 휴스꾸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신 구독자분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습니다. 공동체 속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묻고 듣고 수집해오는 일의 가치를 이번 게시물을 통해 풍부히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귀한 답변 나눠주신 구독자분들께 감사 인사 전합니다. �
* 혜림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으시나요?
저는 그때 저의 상태를 투영해서 찍는 편이에요. 지난 겨울에 눈이 펑펑 오는 날, 아이랑 아빠가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 사진을 찍고 전시회를 했었어요. 그때 혼자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가족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돌이켜보면 항상 제 마음에 부족하다고 느끼는 감정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 같아요.
이번 전시회에서는 삿포로 여행에서 숲을 찍은 사진으로 하게 됐어요. 숲에서 길을 잃은 노인 분이 두리번 두리번거리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인데요. 스물 한살, 올해 제 생각을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사진으로 결정했어요. 올해가 제 인생 중 제일 많이 길을 잃어본 해였거든요.
감정에 대해서
아무리 부정적인 것이라도 좋은 점 하나 찾아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비유를 들자면 시집을 살 때 그 안에 있는 모든 시가 좋아서 사는 게 아니잖아요. 한장이 좋아도 사는 거죠. 그런 게 어쩌면 제 인생을 설명할 수 있는 행동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생에서 좋은 페이지를 추려서 거기에 집중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시가 있나요?
‘초록의 어두운 부분’이라는 시집에서 ‘초록의 어두운 부분’이요. 제가 아까 숲 사진을 전시한다고 말씀 드렸었는데, 숲이 엄청 울창하잖아요. 잘 보면 모든 초록이 같은 초록이 아니거든요. 노란 초록도 있고 뒤쪽에 어두운 초록도 있고 좀 퍼석퍼석한 초록도 있고. 그런데 그 시에 있던 ‘초록의 색상표’라는 말이 제 사진을 잘 설명해 주는 시라는 생각이 들어서 읽자마자 바로 샀던 기억이 있어요.
잃고 싶지 않은 모습이 있다면
스스로한테 진실된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진 찍을 때 출사 장소로 유명한 곳들이 있어요. 올림픽 공원 같은 곳을 가면,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구도로 예쁘게 나오기 위한 사진을 찍는 데가 많거든요. 이렇게 하면 결과물도 예쁘게 나오고 자랑했을 때 반응도 좋아요. 그런데 그럴 땐 제가 왜 찍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찍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진 찍는 마음의 본질이랑 달라서, 거짓되게 느낄 때도 종종 있거든요. 남한테는 예뻐 보이겠지만 스스로에게는 의미 없는 사진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요즘은 거짓되지 않은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휴스꾸를 팔로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진 보는 재미를 많이 느껴요. 인스타그램에는 포토그래퍼 이름이 안 나오잖아요.
그런데도 사진을 보면 ‘그 분이 찍은 거구나’가 느껴진단 말이죠. 그런 차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또 휴스꾸에 올라온 한두 마디 대화는, 어떻게 보면 사소하지만 그 사람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사소한 이야기의 가치를 알아봐주고,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것. 그런 포인트 때문에 휴스꾸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대학에서는 사람을 사귀는 일이 고등학교에 비해서는 노력이 사실 많이 들잖아요. 그래서 내 여력이 조금 없을 때 다른 사람의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게 휴스꾸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속한 공동체 안에 있는 사람들의 깊은 이야기를 한두 문장 정도는 들어볼 수 있다는 것. 셔틀버스를 자주 타는데, 기사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거든요. (휴스꾸의) 셔틀버스 기사님 인터뷰를 보고, 일단 기사님도 성균관 공동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학생들만 있는게 아니구나. 그 뒤로는 그 분들의 얼굴을 더 잘 보게 되고, 내적 친밀감도 들어서 인사도 괜히 조금 더 크게 하기도 하고요. 신기하게 오늘 아침에도 그 기사님 버스를 타고 왔어요.
휴스꾸에게 궁금한 점이 있다면?
인스타그램에는 인터뷰어 이름도, 포토그래퍼 이름도 안 나와서 속상하기도 해요.
왜냐하면 그 이야기를 끌어내는 사람들의 노력이 크다는 걸 아니까요. 마음을 써서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쉽지 않은 일을 즐기고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닉네임도 몇 개 외우고 있어요. 휴스꾸 사람들이 궁금하기도 해서 브런치에 올라온 ‘휴스꾸 요모조모’도 봤었어요.
인터뷰어 정 / 포토그래퍼 또트
2024.08.14 혜림 님 인터뷰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