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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Aug 28. 2024

성균인을 담은 공간 - 성균 밖에서 (2)

인터뷰어 오늘, 수수 / 포토그래퍼 달래

    *휴스꾸의 8월 첫 번째 특집 인터뷰 <성균인을 담은 공간 - 성균 밖에서>입니다. 성균관에 모이게 된 사람들이 어떤 곳에서 성장해 왔으며, 어떤 공간에 의미를 두는지는 성균관을 벗어나지 않고서는 알 수 없습니다. 정문 밖으로 걸어 나와 휴스꾸 구성원들의 추억이 담긴 공간에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각자의 공간에 녹아 있는 의미를 인터뷰로 담았으니, 찬찬히 글과 사진을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수수 과의 인터뷰입니다.






보라매공원은 어떤 곳이야?

    나에게 보라매공원은 이 동네에 이사를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사소한 일들이 있을 때, 힐링하고 싶을 때, 놀고 싶을 때, 아니면 ‘우리 지금 심심한데 어디로 갈래?’ 했을 때 딱 떠오르는 곳이야. 번화가 같은 공간은 아니지만 언제나 있는 도피처지. 매우 큰 공원이다 보니까 산책을 가거나, 뛰어놀거나, 가족들과 쉬러 가기도, 추억을 쌓기도 좋은 곳이라서 다양한 목적으로 많이 갔던 공간이야.






    내가 7년 동안 인라인스케이트를 탔었는데 서울시 상비군까지 했었어. 보라매 공원 안에 있는 인라인 장에서 훈련을 받았어서 그때 보라매 공원이랑 엄청나게 가까워졌지. 인라인을 같이 타고 훈련을 받던 친구들이랑 매주 두세 번씩 여기 인라인 장에서 만났어. 보라매공원이 엄청 큰데, 훈련이 끝나고 나면 모든 자연과 풀숲을 대상으로 숨바꼭질을 했어. 근데 보라매 공원이 너무 크니까 술래 팀이 찾기가 너무 힘들 거 아니야, 그래서 술래 팀이 되는 걸 싫어했어. 쫓기는 팀이 되면 너무 재밌었고. 인라인 장에서 훈련을 받던 순간이나 훈련이 끝나고 뛰어 놀았던 순간들이 기억에 남아.






    중학교 1학년 때는 여기에 보라매공원 독서실이 있었거든. 줄여서 보독이라고 불렀어. 당시 나는 독서실이라는 공간이 여기밖에 없는 줄 알았어. 이용권이 500원이었는데, 500원인 이유가 느껴지는 그런 자리들이었어. “우리 보독 가자!” 하면, 사실 독서실은 핑계고 근처 놀이터에서 노는게 목적이었어. 가방을 자리에 다 두고 나가서 뛰어노는 거야. 시험 기간이 되면 공부하느라 밤 9시에 늦게 들어간다 해도 부모님이 허락을 해주셨거든. 그래서 우리한테는 시험 기간이 특별한 이벤트였어. 그랬던 친구들끼리 아직도 연락하고 자주 만나. 이것도 보라매공원 하면 가장 생각나는 추억으로 남았네. 


    당시에 애들 눈에는 내가 신기한 애였어. 친구들은 보통 도착하자마자 바로 가방을 두고 나갔는데 나는 아니었어. 친구들은 먼저 나가서 놀라고 한 다음에 나는 내가 공부하겠다고 다짐한 걸 끝내고 나갔거든. 사실 나도 그때는 애들이랑 놀고 싶다는 마음이 크니까 공부를 더 열심히, 집중해서 빨리 끝내려 했던 것 같아.






    원래 보라매 공원이 옛날에는 공군 기지였어. 비행장을 작게 구현해 놓은 공간 안에 둘러앉을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애들끼리 거기 둘러앉아서 랜덤 게임을 했어.


예습했구나, 대학 가서 할 랜덤 게임을.


그래서 나는 대학에서보다 그때 랜덤 게임을 더 잘했어. 






    성인이 돼서는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랑 과자 거리를 조금씩 산 다음에 공원 안 나무 탁자랑 의자에서 진지한 얘기를 하면서 술을 홀짝홀짝 먹었지. 20살 막 돼서는 코로나가 있었잖아. 갈 데가 없었는데 우리한테는 보라매 공원의 탁자들이 든든한 도피처였고 보물이었지.


초등학생 때부터 성인 때까지, 언제든지 가서 내가 놀 수 있고 쉴 수 있는 공간.






공원에 바뀐 점이 있어?

    보라매 공원이 한 번 대공사를 했어. 신림선이 생기면서 공원 근처에 지하철 역이 많이 생겼거든. 중학교 3학년 쯤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공사를 했어. 내가 평소에 알던 공원이 아닌 딱딱한 공원이 됐는데, 그때는 나도 조금 마음이 안 좋았어. 공사가 끝나고 공원이 바뀌었지. 인라인 장도 원래는 (입구에서) 더 들어가서 있었어. 내가 너무 잘 이용하던 공원이었는데, 망가진 것 같아서 즐길 수가 없었어. 단지 몇 개월만의 공사가 아닌 한 5~6년 대장정의 공사여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을 못 느끼니까 그게 너무 아쉬웠어. 그런데 지금은 더 예뻐졌으니까.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러버렸네.






공간에 대해 본인에게 생긴 변화가 있다면? 

 

   처음에는 인라인 훈련 때문에 공원을 갔다 그랬잖아. 그때는 공원 가는 일이 싫었어. 훈련이 엄청 힘들었거든. 인라인을 업으로 하는 친구들이 말하길 그때 내가 받았던 훈련 강도가 선수들 급으로 너무 힘든 훈련이었대. 그러다 보니까 공원 가는 길이 너무 싫고, 꾀병 부리면서 안 가고 싶고 그랬어.






    중학생이 되면서 인라인을 그만뒀어. 이후에 공부하러 갈 때는 물론 싫었지만, 친구들이랑 놀려는 목적도 있었잖아. 그래도 친구들이랑 같이 있으니까, 그때는 설렘 반 싫음 반.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는 좋았지. 들뜬 마음도 있었고. 어른이 됐을 때는 도심 속에서 숨통 트러 가는 곳. 왜냐하면 그 안은 다 낮아. 평지랑 나무밖에 없잖아. 뇌를 맑게 하러 가는 느낌이랄까? 크면 클수록 내 집 근처에 공원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은 일이라는 걸 알게 돼서 공원에 대한 마음이 더 좋아진 것 같아.






공원이 지금의 본인을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준 것 같아?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어른들한테 엇나가지 않고 잘 컸다는 얘기를 많이 듣거든. 지금 생각해보면 거기에 공원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 소위 말하는 안 좋은 일탈을 하기보다는 친구들이랑 ‘공원 가서 뛰어놀까? 공원 가서 쉴까? 아니면 공원 가서 얘기할까?’ 이런 게 내 일탈이었으니까. 이 공간이 있어서 건강하게 쉬고, 놀거나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거지. 






 어렸을 때 힘든 훈련을 하던 게 안 좋게 남을 수도 있었던 기억인데 그렇지 않아서 너무 좋은 것 같아.


    맞아. 인라인을 탈 때 아빠가 찾은 인라인 동호회에 들었거든. 훈련 자체는 힘들었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았어서 그 시절의 기억은 좋게 남은 것 같아. 훈련 끝나고 노는 게 즐거웠고, 대회에 나가는 것도 너무 싫었지만 끝나고 나서 하는 회식이 즐거웠어. 지금 생각을 하면 그 당시에 나는 사실 관심도, 욕심도 공부에 더 많았던 것 같아. 인라인 자체에는 욕심이 없었어. 1등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억척같이 사람들을 이겨서 메달을 따고 싶지도 않았고. 욕심이 없었지만, 훈련은 어떻게든 해내야 했으니까 울기도 많이 울고, 너무 싫었지. 대회에 나가면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기대도 생기기 마련이잖아. 그렇지만 나는 원치 않는 기대였기 때문에 부담이 크고 스트레스도 있었어.






    그때 내가 인라인을 안 타고 보라매공원에도 안 왔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 같긴 해. 왜냐하면 인라인이 심폐지구력이 엄청 길러지는 운동이잖아. 그게 공부할 때도 내 체력이 되더라. 굉장히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보니까 ‘내가 이런 훈련까지 했었는데 이건 여기까지 못해?’ 하는 독기가 생겼어.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영향을 준 것 같아.






보라매 공원이 가장 생각나는 순간이 있어?

    할 일이 많을 때 떠올라. 할 일이 많을 때 가는 공간은 푸릇푸릇하고 트여 있는 공간이 아니라 독서실, 카페, 학교같이 사람도 많고 밀집된, 네모나거나 하얀 게 많은 공간에 가잖아. 근데 공원은 완전 상반됐지. 동그랗고 정해진 도형의 모습도 없고, 색도 다양하고. 이런 반전된 모습 때문에 일상에 지칠 때 공원에 가면 ‘내가 이렇게 반복되고 바쁜 삶을 살아도 결국 세상은 이렇게 한적하구나.’ 이런 느낌이 드니까 그럴 때 많이 떠오르는 것 같아.






공원에 특징적인 것은 어떤 게 있어?

    나한테 특징적인 건 사실 인라인 장이었지. 인라인 장을 기준으로 여기에 뭐가 있고 이런 거였지. 공원 자체의 특징이라고 하면 아까 벚꽃이랑 단풍으로 둘린다고 했던 엄청나게 큰 원형 트랙인 것 같아. 그게 생각보다 되게 커. 거기서 달리거나 조깅하는 사람들도 많아. 그리고 원형 트랙 가운데가 잔디야. 그곳이 사람들한테는 제일 특징적이지 않을까? 거기서 뛰는 사람들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해. 또 잔디 가운데서 아이들이 아빠랑 뛰어노는 엄마랑 같이 연을 날리는 모습을 보면 나도 저렇게 사랑받고 컸겠구나 싶어서 힘이 나.






이 공원은 어떤 계절일 때가 제일 좋아?


    사계절 다 예쁘긴 하지만 여름일 때가 제일 좋아. 사실 나는 여름은 싫어하지만, 초록을 좋아하거든. 아무래도 여름일 때 가장 무성하고 푸르니까. 여기가 벚꽃 명소이기도 하고 단풍 명소이기도 해.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봄가을 다 엄청 유명해. 동그란 메인 공터가 있거. 봄이 되면 거기가 다 벚꽃으로 둘려. 가을에는 다 단풍으로 둘리고. 나한테는 그게 익숙해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습들에도 불구하고 여름이 좋다. 근데 여름에 공원에 오진 않아. 못 와 너무 더워서. (웃음) 지나가면서 푸른 모습을 보는 게 좋은 거지.






앞으로 어떤 공간으로 남길 바라?

    개인적으로는 이대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어. 지금 나한테 이 공원이 갖는 의미가 좋으니까. 계속 이 모습을 유지하면서 사람들에게 쉼터가 되기도 하고, 취미생활 하는 사람한테는 본인을 발전시키는 공간이 되기도 했으면 좋겠어. 세상에 공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 (공원이) 너무 긍정적인 것 같아.





덥다.  - 나도.






인터뷰어 오늘, 수수 / 포토그래퍼 달래

2024.08.07 수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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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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