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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Jan 01. 2025

나만의 속도로 세상을 알아가기

인터뷰어 아소 / 포토그래퍼 민경



* 경수과의 인터뷰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언니를 보고 따라하는 게 많았어요. 둘째 딸들이 많이 그러듯이, 언니가 쓰는 물건은 괜히 더 좋아 보이고, 언니가 입는 옷이면 다 따라 입고 싶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언니가 하는 일, 언니가 하는 말이면 다 맞는 것 같고. 인정하기 싫지만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되더라고요. (웃음)


    스무살이 된 해 초반이 제게는 엄청 우울한 시기였거든요. 집에만 있으면서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하고 끝도 없이 우울해하던 시기였는데, 그때 집에서 저를 꺼내 준 것도 언니였어요. 그런 우울감을 먼저 겪어봐서 아는데, 무작정 우울해하고 있는다고 해서 나아지는 건 없다고 조언해 줬었죠. 그 말을 듣고 언니를 따라 밖에 나가서 이곳저곳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신기하게도 그때를 기점으로 우울감이 많이 나아졌고요. 그래서 대학에 진학하는 문제부터 최근 진로 고민까지 언니의 조언과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종종 다투기도 하지만, 언니는 제게 정말 큰 힘이 되는 존재예요.






    가끔 나이가 무색하게도 사람을 대하거나 어른답게 할 일을 하는 게 어렵고 버거울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저와 대화하고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제 힘든 감정이 전해질까 봐 걱정돼요. 나름 5년을 어른으로 살아왔는데 왜 이렇게 미숙할까, 하고 자책할 때도 많고요. 여러모로 조금 ‘어색한 사람’인 거죠.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가장 자주 드는 생각은, ‘이 사람이 지금 나와 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라면 좋겠다’예요.


    그래도 장점은 무모해질 수 있다는 거예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거나 너무 힘들어지는 순간에는 종종 과감하게 결정하거나 포기해버려요. 그게 항상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거든요. 좋지 않은 결과가 있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어 가는 좋은 기억들이 하나씩은 있으니까요. 조심스럽게 끙끙 앓던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된다는 걸 깨달으니, 삶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대범해진 것 같기도 해요.






    일정 사이사이에 시간이 뜨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보통 시간이 뜬다는 건 사람들과 함께 있다가 잠시나마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는 거잖아요. 앞서 말했듯 저는 조금 어색한 사람이라,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대화하기 위해 힘을 들여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생기는 거니까 무척 편안하더라고요. 그럴 땐 주로 카페나 서점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를 찾아요. 단순히 ‘시간이 뜬다’고 생각하며 헛되이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잠깐이라도 나를 위해 재충전하는 데 쓰는 거죠.






    저는 한평생을 반려견들과 함께해 왔어요. 어릴 때 언니가 친구네 집 강아지가 낳은 말티즈 한 마리를 데려왔는데, 저랑 세 살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났거든요. 키웠다기보다는 함께 자란 것에 가까웠죠. 그렇게 저와 가장 가까이서 함께 지내온 강아지가 제가 스무살이었던 해에 세상을 떠났고, 그때 허전함과 죄책감을 크게 느꼈어요. 그래서 그 허전함에 몰입하지 않으려고, 중학생 때 데려왔던 다른 강아지랑 더 열심히 산책하고 놀러도 가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그 후로 반년 정도가 지나고 유기견 보호 센터에서 봉사를 하다가, 무늬가 얼룩덜룩한 강아지 한 마리를 만났어요. 일주일 동안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파주까지 봉사를 하러 갔는데, 봉사 마지막 날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다가 그 강아지를 더 이상 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득해질 정도로 슬프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길로 바로 그 친구를 데려와서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고요.


    보통 사람들은 반려견을 떠나보고 새로 데려오기까지의 기간이 오래 필요하다고,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 기간이 사랑하고 아낀 정도와 비례해야 한다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함께 자라온 강아지를 떠올리면 더 잘 해주지 못한 게 마음이 쓰라리면서도, 행복한 기억을 가득 받은 게 고마워요. 또 지금 우리집에 있는 강아지들을 생각하면 어떻게 더 잘 해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돼요. 그만큼 강아지들은 제가 삶을 포기하지 않게 해 주는 존재들이고, 저도 그런 강아지들에게 행복한 나날들을 안겨주고 싶어서 늘 노력하고 있어요.






    연예인을 좋아하고 동경한 게 처음은 아니지만, 뉴진스는 제게 좀 특별한 존재예요. 처음 보는 순간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내 취향에 들어맞는 사람들이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죠. (웃음) 데뷔 무대부터 뮤직비디오나 안무 연습 영상,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모든 콘텐츠들에서 보이는 미감이 전부 마음에 들어서, 외적인 스타일이나 취향도 그걸 따라가게 됐어요. 무대를 볼 때도 뉴진스뿐만 아니라 뉴진스라는 팀을 지탱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보인다는 점이 특히 좋았어요. 음악을 믹싱하고, 안무를 짜고, 이것저것 디렉팅하는 모든 사람들의 노력이 하나하나 돋보여서요. 또 멤버들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고, 회사가 다른 음악을 강요한다면 힘을 합쳐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도 멋있었어요. 나이가 어리고 큰 회사에 소속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꿈에서 멀어지지 않으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 뉴진스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인 것 같아요.






    학교 정문에 책방 풀무질이 있던 시절에, 거기서 열린 언론인 강연을 들은 적이 있어요. 참여 인원이 저 포함 5명 정도인 소규모 강연이었죠. 우연히 그중 한 분과 짧은 대화를 나누게 됐고, 궁금한 게 있으면 연락하라고 인스타그램 아이디도 남겨주셨는데, 그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휴스꾸를 알게 됐어요. 당시 어렸던 제 눈에 휴스꾸는 멋진 일을 하는 멋진 사람들의 단체 같았고, 들어가면 저도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깊은 고민 없이 발을 들였는데, 점점 애정이 커져 2년 가까이 활동을 하게 됐어요.


    듣고 싶은 사람의 이야기를 마음껏 들을 수 있다는 것. 그게 휴스꾸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사실 친하지 않은 사이의 누군가를 알아가고 싶을 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턱대고 물어보면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인터뷰를 빌미로 그 사람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까. 또 그걸 내 손으로 정리해서 내 이름을 달고 반영구적으로 남길 수 있으니까. 그렇게 정성 들인 결과물을 보고 좋아해 주는 인터뷰이를 볼 때 오는 뿌듯함도 있고요. 알고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그 과정을 알아가면서 오래 활동해 볼 애정이 생겼던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여럿 있어요. 먼저 정문 근처 오뎅바 사장님 인터뷰가 떠오르는데, 우리 학교 학생들이 정말 많이 가는 곳이거든요. 그래서인지 인터뷰하러 갔는데도 그냥 손님으로 온 학생들처럼 대해 주시더라고요. 짜파게티도 주시고, 배도 깎아주시고, 커피도 타 주시고요. 인터뷰하러 들어가자마자 음식들이 막 나오니까 처음엔 조금 놀랐죠. (웃음) 처음으로 또래가 아닌 웃어른과 한 인터뷰이기도 해서, 대화를 어색하지 않게 이어나가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기억이 나요.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는 함께 간 다른 부원들과 그곳에서 술을 먹었는데, 그것까지 여러모로 신기하고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또 좋아하는 수업의 교수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요. 줌으로 하는 온라인 수업이었는데, 종강하던 날 다른 학생들이 다 나가자마자 제가 마이크를 켜고 조심스레 인터뷰 요청을 드렸어요. 교수님은 무척 놀라시면서도 너무 흔쾌히 응해주셨죠. 단번에 일정을 잡아서 국제관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교수님께서 목소리가 떨릴 정도로 엄청 긴장해 계신 거예요. 평소에는 감탄할 만큼 능숙하고 여유롭게 수업해 오시던 분이었거든요. 그래서 처음 보는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 곤란하게 해드린 것 같아서 죄송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정성을 다해 답해주시는 모습에 감사하기도 하고.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어요. 또 그날 교수님께서 추리 소설을 선물로 주셨거든요. 새 책이 아니라 당신이 읽으셨던 책이었는데,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 기억이 참 감사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요.






    휴스꾸 활동을 마칠 때 굿바이 인사를 하잖아요. 제가 그날 사정이 생겨서 못 갔는데, 그게 계속 마음 한켠에 아쉬움으로 남았어요. 남아서 활동을 이어 가실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었거든요. 휴스꾸가 본래의 색을 잃지 않게끔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드리고 싶었어요. 수평적인 내부 분위기, 누구의 이야기든 환영하는 모토, 그런 것들이 휴스꾸라는 단체의 정체성이니까요. 고정된 업무를 토대로 굴러가는 단체 활동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잖아요. 그만큼 소중히, 오래오래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또 이런 경험을 또 어디서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해서, 최대한 많이 즐기고 활동을 마치시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어요.


    또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홈커밍도 한 번 더 했으면 좋겠어요. 2023년 말에 했던 홈커밍이 정말 재밌었거든요. 휴스꾸를 처음 만드신 분들부터 시작해서 이곳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다같이 모였는데, 어딘지 모르게 다들 분위기가 닮아 있는 거예요. (웃음) 같은 모토 하에 같은 일을 해온 사람들이라서 그런 건지, 각자의 개성과 공통점이 공존하는 그 분위기가 너무 편안하고 좋았어요. 그래서 가능하다면 그런 자리도 한 번 더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터뷰어 아소 / 포토그래퍼 민경

2024.12.22 경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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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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