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굳어져 있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전부 부드럽게 풀어줘야 한다
글이 중반부까지는 강민주를 보며 ‘뭐 저런 사람이 있어?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까지 계산적이야?‘ 싶다가도 강단 있고 자신감 넘치는 그녀의 모습을 동경하기도 했다. 또 어떤 때에는 너무나도 정확하고 자기애가 강한 모습에 강민주가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처럼 느껴졌다. 그러다가 민주의 엄마가 민주는 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라고 하는 말과 강민주가 스스로를 신으로 칭하고 있다는 것을 읽고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작가가 그려낸 아주 이상적이고도 신적인 존재이겠구나 싶었다.
지적이며 한 치의 오차도 없고 물질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전혀 부족한 점이 없는 강민주. 인간적이지 않다고 싶은 시점에 적절히 나타나는 그녀의 동정심과 감정적 공감 능력까지 그녀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재에도 전혀 결핍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특히 민주를 깍듯이 모시는 남기의 모습이 그녀를 더욱 신적인 존재로 여겨지게 한다. 특히 남기는 물리적으로 아무도 견줄 수 없는 최상위의 인물임과 동시에 민주의 말에는 긴장하고 가끔 실수하는 모습들이 더욱 민주를 신격화한다.
민주의 인간성은 영화배우 백승하를 만나며 드러난다. 공감하며 계획에서 벗어난 선택도 하나씩 하게 된다. 나는 그녀의 이러한 모습이 변화라기보다는 내면에 있던 인간 본성의 부드러움이 드러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백승하의 완벽한 외모, 그녀를 감싸는 그의 부드러운 손과 그녀를 향한 따뜻한 눈빛 등이 강조되어 묘사된다. 모든 것들이 통제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뾰족하고 단단하게 살아가던 민주에게 그의 부드러움은 새로운 자극이 된다. 그리고 점점 그녀가 따뜻한 마음을 드러내도록 한다.
세상을 너무 뾰족하게만 여기지 않는다면, 너무 가시를 세우며 세상을 살아가지 않는다면 부드러운 태도라면, 분명히 폭력 없는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일까?
민주의 계획이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는다는 결말에서 작가는 민주가 신적인 존재이지만, 민주처럼 살아가는 것을 아주 긍정적으로 묘사하지만은 않는다. 작가의 말에서 민주를 인간의 길로 접어들게 한 것은 서로 대립하지 않고 동등한 자리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는데 이 책이 일조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역시 세상은 따뜻하구나. 누군가의 부드러운 손길이 뾰족하던 누군가의 가시를 깎아 함께 공생하게 하는구나. 폭력이 역시 답이 아니다.
그럼 남기는 왜 민주를 죽였을까? 재판 과정에서 그가 민주를 사랑하기에 겪었던 불행을 그녀가 겪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작가는 부드러움을 말하면서 왜 결국 남기가 부드러워지고 있던 민주를 죽이게 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