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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꼬막 Sep 27. 2022

입맛 강요하시는 사장님과의 점심시간

사장님: 아니!!! 일단 무보라니까 무보라고!!

#김꼬막툰_46화

< 입맛 강요하시는 사장님과의 점심시간 >
















































본인 입맛 엄청 강요하셨던

사장님과의 점심 식사


10년도 더 된 이야기다. 대학시절 휴학하고 회사를 다닌 적 있었는데,
 작은 회사라 점심을 종종 사장님께서 사주실 때가 있었다.


사장님: 아줌마! 여기 마가린이랑 간장 쫌 주이소!

나랑 다른 직원들: (아.. 식당 갈 때마다 마가린 달라고 하시네..)

식당 이모님: 마가린은 왜요? 일단 여기요.

사장님: 예 감사합니데이.


식당에 갈 때마다 마가린을 찾으셨던 사장님, 부대찌개 집에서도 공깃밥에 비벼먹을 마가린을 달라고 하신다. 그게 그렇게 맛있나? 보기만 해도 느끼해 보이는데 취향 참 독특하시구먼. 뭐, 일 얘기를 종종 하시긴 하지만 직장 상사와의 숨 막히는 런치타임 이런 상황은 아니니... 그저 맛있는 거 사주신다기에 그저 행복하게 따라다녔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입맛을 너무 강요한다는거였다.


사장님: 마가린이랑 밥 이렇게 스까무면 맛있데이~ 함 무봐라!

나: 아.. 저 느끼한 거 별로 안 좋아합니다..

사장님: 아니 느끼한기 아니고 일단 무봐라!!

나: .....

사장님: (버럭) 아니 무봐라니께!!!


억지로 한 입 먹었는데 와, 정말 맛있었다.

엄청 맛있었다. 


그 뒤로 종종 사장님은 본인의 입맛을 강요하셨고 그 입맛의 일부는 나의 취향으로 옮아 붙었다. 가령 쌀밥에 마가린과 간장을 섞어먹는다거나 짜장면에 고춧가루를 뿌린다거나 순댓국에 다대기를 넣어 먹는 것 같은 것들이다. 취향뿐만 아니라 삼각지 인생 탕수육 명화원, 문배동 육칼, 공덕 진미식당 간장게장까지.. 최자로드가 유명해지기 한참 전부터 회사 일대의 맛집을 데리고 다녀주시기도 했다.


누군가의 강요는 취향에서부터 온, 어쩌면 표현 방법만 많이 다름 권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단, 취향을 넘어선 권유 그 이상의 강요라면 당연 놉!) 갑자기 고춧가루 올린 짜장면이 땡긴다. 조만간 사 먹어야겠다.






© 김꼬막

인스타그램 @kim.kkom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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