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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지헌 Oct 08. 2024

"고객 경험의 최전선에서 배운 것: 나의 호텔 컨시어지

리더, 상품을 파는 사람으로서도 나와 나의 감정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란

20대 초반, 한국에서 잠시 머물며 우연히 경험하게 된 호텔 벨맨 일. 

어릴 적 저에게 이 직업은 단순한 인턴 그 이상이었습니다. 

당시 '벨멘' 또는 '뽀이'라고 불렸던 이 역할은, 

호텔에 발을 들이는 손님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얼굴이었죠.

그때를 돌아보면, 지금까지 해온 많은 일들 중에 가장 감정적으로 충만하고

행복했던 시간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고객과의 소통에서 얻게 되는 보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기쁨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첫 유니폼을 입고 서던 그날"

한국에서 처음 입어본 유니폼. 이름표까지 달고 호텔 로비에 서 있던 그 순간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선배들은 모두 영어 이름을 달고 일했지만, 저는 제 이름이 적힌 첫 이름표를 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뻤습니다. 

객관적인 경력은 부족했을지 몰라도,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만족했었죠.

그렇게 하루하루 일을 배우던 중, 

첫날부터 저를 바로 컴플레인 처리에 보내던 사수와의 일화는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미국인 두 분이 차량 주유 문제로 곤란해하시던 상황이었는데, 

영어로 문제를 해결해드리고 나니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요청까지 받았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아, 내가 이 일을 잘하고 있구나."라는 자신감이 싹트기 시작한 순간이었죠.


"호텔에서의 다양한 역할, 그리고 중요한 교훈"

벨맨으로 시작한 저의 업무는 사실 '호텔 컨시어지'라는 더 넓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벨데스크, 도어데스크, 컨시어지 역할이 모두 혼합된 포지션이었죠. 

고객의 수화물을 관리하고, 차량을 정리하며, 호텔 안팎의 경험 등을  안내하는 

관련한 모든 일이 저희 팀의 몫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이 바로 '고객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호텔에서 느끼는 첫인상이 곧 그 호텔의 브랜드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단순히 호텔 내에서의 경험뿐 아니라, 

그 지역에서의 경험까지 풍부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맡고 있었습니다.


"내가 행복해야 고객도, 직원도 행복하다"

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내가 즐겁고 행복해야 고객도 그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 

내가 웃으며 고객을 맞이하면, 그들은 그 미소를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리더로서든, 운영자로서든 작은 칭찬과 긍정적인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결국 조직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고, 

나아가 고객 경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호텔 벨맨으로 시작했던 이 경험은,

저에게 고객 서비스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주었고, 

무엇보다 고객과 나누는 감정의 힘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이 작은 경험들이 쌓여 오늘날의 저를 만든 소중한 기억들입니다.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동기 부여를, 

작은 것에도 칭찬으로 시작해보는 작은 습관을, 

처음 상대를 보았을 때 웃는 얼굴을 시작으로. 

작은 변화들이 조직이든 운영이든 큰 변화를 가져오는 단추로 생각하며,

하루를 보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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