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이었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바람이 강하지도 않은
예쁜 날이었다.
근래에 드물게 천천히 걸으며 수다 떨기 좋은
날이었다.
길가의 나무들은 푸른 춤을 추고
고양이는 봤던 친구라며 반갑게 다리사이를 오간다.
며칠 만에 홀쑥 해졌냐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냥이에게 츄르한개 먹으면서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찾아다니는 사나흘 진정 지옥을 경험했노라고, 나중엔 너도 기억. 못할지도 모른다며 온통 내 이야기로 수다를 떠는 나를 들어주는 그가 고마웠다
아쉬워하는 눈빛을 뒤로하고 마저 산책을 끝낸다.
내게 환경이 허락된다면 저 친구와 함께하고 싶다.
강렬한 욕구가 오르지만 늘 환경에 빠져 좌절한다.
조금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갈까 하다가 이번엔 자금 문제로 좌절한다.
음... 분명 좋은 날이었고 이쁜 날이었고
행복했는데 갑자기 우울해진다.
냥이 한 마리가 이렇게 큰 의미로 나를 돌고 들어 올 줄 몰랐다.
생각이 많은 새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