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욕심이 많았다.
월사금도을 숯다리미로 곱게 펴서 책갈피마다 꽂아 다녔다 들었다. 한번 당신 주머니에 들어온 돈은 절대 나오지 않았다고도 했다.
자라는 내내 봐온 아버지는 통장에 돈 모이는 재미로 사시는 분이었다.
아내에게 들어가는 생활비도 싫었고
자식들에게 들어가는 학비조차도 탐탁지 않아 했다. 가끔씩 보이는 저것들 좀 없었으면 하는 눈빛을 볼 때면 씁쓸하다 못해 쓰렸다.
돈이 우선인 아버지가 왜 자식을 두었는지는 늘 내게 의문이었다.
나루터는 제 할 일에 지쳐 가끔, 그저 가끔 건너의 정자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고.
정자는 흐르는 강물 위로 아등바등 물질하는 맨몸의 햇살을 무심히 바라봤다.
그렇게 해가 저물어갔다. 저무는 해는 머무는 곳도 많았다.
들녘의 이름 모를 들꽃에도,
한쪽 주막에 걸친 주모의 등불에도,
하다못해 늙은 여인의 하얀 볼에도 머물러 아름답게 보이는 마술을 부렸다.
아버진 돈을 내놓는 경우가 없었다. 그의 바랜 인생을 어쩔 생각은 없었다.
그저 모른 척 그렇게 살길 바랬을 뿐. 그래서 나름 평온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일지 또 어디를 들를지 모르는 곳에서 돈을 빌렸는데 갚질 않으신다고. 당신 딸 집 옮길 돈을 잠시 쓴다고 빌리더니 갚질 않는다고 전화가 오기 전까진.
빌어먹을.
더한 욕이 입에서 돌아다니며 곧 튕겨 나오려 파란불이 켜지길 쳐다보는데 한 술 더 떠 없다 했단다. 결국. 신호를 무시하고 튀어나간 한마디가 사고가 났다.
그렇게 30년을 넘게 바라만 보던 정자에
돌을 던졌고 정자는 귀퉁이가 깨졌다.
염병할... 돈이라는 것이 무엇이어서 이렇게 사람을 지랄 맞게 만든단 말인가.
아니 욕심이라는 것이 어찌 생겼길래 이렇게 사람이 사람일 수 없게 한단 말인가.
그저 먹고 살만큼만 있으면 족하다 하지만
실은 나도 많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돈이고, 욕심이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니 나 또한 아버지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이일로 나루터는 또 얼마나 작아지고 위축될지... 이 밤이 참...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