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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구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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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윤규 Jan 17. 2023

조각 모으기

자존(自尊)

조각 모으기




20대를 시작하면서 새롭게 데미안을 받아들인 이후로 지금까지 주욱 ‘구도의 길’을 걷고 있다. 이 순례길의 궁극적인 목적은 스스로를 찾아가는 일이지만, 또한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해 걷는 길이기도 하다. 조각난 내 모습을 다시 모으기 위해, 또 제 모습을 갖춰가는 내 모습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걷고 있다.


순간순간의 목적성이 분명해야 삶의 목적성이 분명해지는 사람으로서, ‘구도의 길’이라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개념이다. 평생을 인지하지 못하고 떠날 수 있는 살아가는 이유에 하나의 답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한 명제로 답을 내릴 수 없을지 모르지만, 일생에 걸쳐 구도의 길을 걷는 것 만으로도 하나의 명제로서 답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여지없이 그 길을 걷고 있는 나에게 최근 관심사는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이다.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서, 존재에 대해서 고찰하기 시작하는 1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가장 큰 난제라고 할 수 있다.


확실하게 느낀다. 내가 나로서 존재할 때 난 가장 행복하다. 행복하다의 감정이라고 한다면 내 언어의 힘이 담긴다는 것이다. 내 언어에 힘이 생기고, 내 행동들에 영향력이 생기는 것이다. 영향력이 생기는 순간 타인과 사물과 교류가 생기고, 그 순간부터 이 세계와의 관계가 맺어진다. 내 행동으로 인해 생기는 사건과 세상의 변화에 나 스스로가 존재함을 느낀다. 그게 현재 나에게 가장 큰 희열이고 행복이다.


그렇게 내 언행에 가장 큰 영향력을 만들기 위해 갖추어야 할 것이 바로 취향과 분위기이다.


내가 찾지 못한 그 취향이라는 가장 큰 조각 덕으로, 아직 난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온전히 보지 못하고 있다. 표현을 할 수 있는 거시적인 호불호는 있지만 아직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분위기는 없다. 꽤나 오랜 시간 고민을 해온 문제이지만 아직까지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조각 맞추기는 처음이기에 지금까지 날 바라봐 온 주변 타인에게서 시작하기로 했다. 불필요하다 여겼던 남들이 판단하는 내 모습에 조금은 귀를 기울여보고 있다.

어떤 단어를 쓸 때 가장 내 마음이 진하게 전달이 되는지, 어느 정도로 행동을 절제하고 표현해야 나를 나로서 바라봐 주는지, 남들이 말해주는 나의 모습은 나의 어떤 언행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그 하나하나의 단어들을 모으고, 판단을 기록하고, 나를 아카이빙 하다 보면 내가 걷고 있는 구도의 길과 같이 목적지 없는 길을 언젠가 돌아보고 내 취향은 이렇게 존재한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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