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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예린 May 04. 2023

퇴사했습니다.

네? 갑자기요? (조금 부정적인 감정이 담긴 글일 수 있습니다!)

그게... 그렇게 됐다...

여러 번 생각하고, 많은 생각들을 정리하고 어떤 게 유리할까, 더 좋은 선택일까 고민하다가 퇴사를 결정했다. 이 글은 그냥... 퇴사 후에 드는 여러 가지 생각들과 감정들을 정리하는 매우 개인적인 글이다. 디자인 공부와는 관련이 거의 없고, 편하게 읽어주시면 될 것 같다. 아 브런치가 계속 글 쓰라는 알림 보내서 쓰는 건 비밀


구체적인 퇴사 사유는 따로 밝히진 않을 것이지만, 마지막에 결정적으로 고민을 내리게 된 사유는 나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항상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된다는 강박 같은 게 있는데 특히 회사에서 더더욱 그런 편이다. 감정은 모조리 배제하고 사실만을 보자. 내가 기분이 나쁘든 말든 그건 중요하지 않고 사실만을 바라보자!라는 생각들을 해왔는데 다른 사람들은 항상 감정을 앞세워서 얘기하고, 이성보단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모습들을 보며 나 혼자만 다르게 행동하는 게 안 그런 척 해도 사실은 조금 버거웠던 모양이다. 퇴사 직전에는 내 몸인데도 갑자기 컨트롤하기가 힘들어졌었다. 재택근무로 집에서 일하고 있는 도중 트러블이 생겼는데 평소와 별 다를 것 없는, 그냥 상사가 나에게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아주 일반적인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ㅋㅋㅋㅋㅋ 그때 깨달았다. 아 진짜 뭐가 잘못되고 있다. 그만해야겠다라고! 물론 퇴사 후에 다시 이전의 정상적인 내 몸으로 돌아왔다!


기분 따라 바뀌는 디자인 컨펌과정, 개인주의라고 생각하는 이기주의, 무시, 편애 및 사내정치, 가스라이팅 등 다양한 걸 겪어본 바로는 내가 아무리 멘탈이 강하다! 해도 자신에게 뭔가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하루빨리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다.



퇴사 면담 시에도 나에게 해준 말이 잊히지 않는다.


이제 디자인 업계 끝이야 AI가 다 해주니까... 앞으로 길어도 1년이라고 봐. 너도 강남에 널린 스타트업 같은 곳 가서 1년 동안 뽑아먹고 개발을 배우던지 해서 떠나. 디자인은 미래가 없어.

듣자마자 든 감정은 불쾌함.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디자인은 이제 끝이라니? 자신이 뭐라도 된 듯 업계의 종말을 예고하는데 헛웃음도 안 나오고 그저 불쾌하기만 했다. 그다음은 '나와는 정말 다른 사람이고... 일단 내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모르지만 저렇게 생각하면 어떤 분야에서든 도태될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을 대신해 주는 AI가 실제로 많이 개발되기는 했다. 하지만 그 명령어는 조상님이 입력해 주나? AI 스스로 갑자기 오후 3시 20분에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디자인을 뚝딱하고 만들어주나? 아니다. 사람이 입력해야 한다. 챗GPT도 유용하지만 질문하는 법을 모르면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다. 더 잘 활용하려면 명령어를 보다 명확하게 입력하는 법,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 등을 또 배워야 한다. 그래서 이 기능들을 어떻게 활용할까? 활용하는 방법에 따라 나에게 큰 도움이 되겠다, 기술의 발전은 무궁무진하구나. 같은 생각들을 했지... AI 때문에 디자인 업계가 망한다느니 같은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대체될 디자이너들은 물론 있겠지만 업계는 끝나지 않는다. 감히 저런 말을 쉽게 뱉는 디자이너라니 참 별로다 싶었다.

이 짤이 생각났다 욕설은 필터링...


현재는 조금 쉬면서 기상 알람이 없는 자유로움을 즐기고 있다. 아직 깨작거리는 수준이지만 포트폴리오도 만들고 있고, 본가에 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런 시간들을 후회 없이 즐기면서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시간들로 만들고 싶다. 앱 디자인은 거의 처음인 수준인데 생각할수록 생각할 게 많아져서 머리 아프지만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나에게 더 잘 맞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 여러모로 재미있다! 브런치도 쓸 주제가 생각나면 종종 쓰러 오겠습니다. 브런치야 알림 그만 보내줘 괜히 조바심 생기니까...


퇴사하는 날 찍은 날씨 좋아서 광합성하러 나온 귀여운 화분들 사진을 마지막으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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