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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우 Apr 20. 2016

영화 암살

그들은 실패했다.


 관객 수 천만을 넘긴 이 영화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암살'이라는 제목답게, 이 영화의 내용은 독립군이 친일파 강인국을 암살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희생이 따랐지만, 마침내 강인국을 죽이는 데에 성공한다. 마지막에는 이에 동조했던 염석진이라는 인물 또한 응징받고만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흔히 말하는 속 시원한 사이다 영화였을까? 목이 턱턱 막히는 고구마 영화였을까? 나는 고구마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암살은 저항의 역사이자, 실패의 역사를 보여준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시종일관 실패의 과정만을 보여준다.


 친일파 강인국을 죽이기 위해 모인 독립군 3명은 첫 번째 암살을 계획한다. 그 때, 안옥윤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보여줘야지...우리는 싸우고 있다고...". 그리고 그들은 원치않게도 정말로 싸우고 있다는 것을 시끄럽게 보여준다. 암살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쌍둥이 미츠코로 위장하여 강인국을 죽이려던 두 번째 암살 계획도 염석진의 방해로 실패한다. 그리고 암살이 아닌 총격적이 펼쳐지고, 결국 그들은 암살자가 아닌 테러범이 되었다. 강인국을 죽이긴 했지만 암살에는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그를 죽였음에도 대한민국은 변하지 않았고, 염석진은 승승장구하며 법의 처벌도 피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암살은 실패했고, 친일파의 죽음은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마지막에 염석진이 결국 죽었음에도 답답함은 가시지 않는다.


 이 영화가 고구마 영화인 이유는 또 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성공시킨 암살은 염석진의 죽음이다. 마지막에 안옥윤은 염석진을 죽이며 "밀정 염석진을 죽이라는 명령을 완수했다"고 말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명을 내린 것은 백범 김구였고, 그도 결국 암살 당해 생을 마감한다.


 암살에 성공한 카타르시스가 아닌, 영감(오달수)이 마지막에 했던 말이 아마도 이 영화의 메세지였을 것이다. "어이 3천 불! 우리 잊으면 안 돼.". 친일파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독립을 위해 죽어갔던 그들을 기억해달라고.


 염석진의 말이 아직도 여운에 남아있다.

 "몰랐으니까...해방이 될 지 몰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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