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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령 Jul 15. 2024

비와 바람에 서기

낼모레 50  시즌 2

   따뜻한  우유를  마신다.   많이  뜨겁거나 먹은 양이 많지도 않은데  콧물이  흐른다.  몸의 겉과 속을  50년  가까이  쓰다 보니  뜨거운 것이나  지나가는  바람에도 콧물과 눈물이 너무 쉽게 몸 밖으로  샌다.

감정도 쉽게 자극되어 흔들린다.

평범한  일상의 사소한  기쁨이 남에게 미치도록 자랑하고 싶은 행복이 되는 날도, 아주 잠깐 스치는  감정적  자극이   차고 넘치는 화가 되는 날도 있다. 수시로 느껴지는 슬픔은  과장된  눈물을 부르고, 크고 작은 걱정은 대책 없는 불안감으로  짜증과  신경질 적인 표정이 되어 시기적절하게 걸린  누군가를  향해 폭발적으로 분사되거나 흐르는 날도 있다.


   어린아이의 미소는  천사의 미소, 포동포동한 볼 위로 흐르는  눈물은 옥구슬이 되기도 한다.  시간의  무게가  섞이지  않은 아이의 작은 얼굴에  스치는 화난 표정은, 너무 귀여워 바라보는 누군가의 미소와 사랑스러운 입맞춤을 부른다.

낼모레  50인 나의  눈물과 화는 

"오버다 갑자기 왜 이래? 지금 우는 거야?  일은 아니잖아?  도대체 이게 그렇게  화 낼 일이야? 진짜 이건 아니잖아. 제발 진정해."

공감받지 못한 감정들에  쏟아지는 피드백.

쯪쯪.

인생의  꽃이라는  20대의 눈물은,

 "네가 우니  가슴이 찢어진다" 말도 들어봤고, 화는 "앙탈부림"이라는 닉네임이라도 있었다. 

50이 코앞인 나는  이제 ᆢ 모든 감정 표현이 '부적절함이나 어른답지 못하거나 현명하지 못하다'는   결론으로 돌아온다.


   50년 가까이  살다 보면 이 세상 절대 변화지 않는 진리는 "모든 것들은  변한다는 것"을 경험하고 깨닫는다.

예상했거나 예상 못 했거나, 준비했거나 준비하지 못했거나, 모든 변화 앞에서 무너지려는  정신을 붙잡는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젊은 날보다는 적응 시간이 줄었다. 인생의  고난함을 부정하기보다  인정하는 삶의 샌드백이 생긴다.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거지? 가  아니라 그래,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해결되겠지. 지나가겠지. 한동안 편했으니 이젠 좀 힘든 시기가 왔구나.'라는 젊은 날 갖지 못했던  체념과 자연스러운 순응이 생겼다.

후회하고  분노하는 시간보다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의 행동이 예전보다 조금 빨라진 낼모레 50인 나.


   인생의 매운바람이 나를 흔들면  눈물이 흐르고, 불안함과 걱정이  비처럼 내려 나를 적신다.

젖은 몸으로 걷기를 포기하지 않는 인내가 키워진  내 나이 낼모레 오십.

10년 후 60세가 될 때까지 변화무쌍하게 준비된 나의 희로애락은  그  속성과 크기를 알 수 없다. 조금씩 변하는 인생 바람과 소나기와 장맛비에 홀딱 젖어, 괴로움에  흔들릴 수 있지만 쓰러지진 않겠다고 나를 믿어보는 내 나이 낼모레 오십.

밤이 한 참  깊어야 잠들 수 있는 갱년기의  아침은 늘 무겁지만 일어나지 못 한 아침은 없었다.

오늘도  굿~~~~ 모닝.

굿  모닝이 아닌 아침에도 커피는  변함없이 향기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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