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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선호가 Nov 26. 2024

엄마와 여행 가는 아들! 고마워

의도적 감사 기록 1

나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의도적 감사'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오랜만에 통화를 하게 된 친구가 주말에 뭘 했냐고 물었다.


"아들이랑 제주도 다녀왔는데..."

"우와, 아들이 엄마랑 같이??? 그거 엄청 감사한 일인데!"


'그런가?'

다 큰 아들이 엄마와 함께 여행을 간다는 것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제 대학1학년인 아들은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아들에게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엄마와 함께 여행을 간다는 것은 '정말' 너무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은 시간이 남으니 엄마와 함께 하는 것일지도...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왠지 엄마가 찬밥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생각은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친구의 말대로 이유야 어떠하든 엄마에게 시간을 내어 주는 아들에게 정말 감사해야겠다 싶어 진다. 요즘은 별로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라고 하니 더더욱...


사실 이번 제주 여행은 혼자 주중에 먼저 가서 며칠을 보낸 후 아들이 주말에 죠인하는 스캐쥴이었다. 혼자일 때는 호텔 방도 나름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었고 먹고 싶을 때 먹고 가고 싶을 때 움직이곤 했다. 하지만 아들이 함께 죠인하는 순간 여행은 아들을 위해 엄마가 뭔가를 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아들이 먹는 시간에 맞추게 되고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고민하게 되었다. 물론 혼자 일 때보다 할 수 있는 게 더 많았고 음식의 선택폭도 넓었다.


그러나 여행의 '질'을 두고 본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졌다. 이제 대학 1학년인 아들은 여전히 수동적인 자세였고 엄마인 나는 여전히 아들을 케어해 주는 역할에 너무 충실했다.


그래서일까? 혼자가 더 나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함께 하는 시간이 있어서 더 좋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우리는 늘 그렇지 않나? 손에 쥐고 있는 것보다는 가지지 못한 게 더 커 보이는 법.


혼자만의 시간과 함께 하는 시간, 둘을 동시에 가져 보니 나는 그 둘을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혼자는 혼자 나름대로 좋고 아들과 함께 하는 순간은 그 순간대로 좋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 나는 감사한다.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는 것에.

의도적 감사지만 나는 오늘도 감사하다.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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