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감 7 : 나에게는 얼마 남지 않은 하루들
바라건대 오늘이 끝나지 않았으면 한 날이 있다.
짧다. 아마 이런 시간이 내게 다시 올 수 있을까.
수많은 우연이 겹쳐져 한 점에 모이는 곳은
민들레 홀씨가 바람을 타고 다다르는 장소와 같아
몇 시간이면 사라져 버릴 환승역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내게 주어져야
이 같은 순간을 다시 맞이 할 수 있을까.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다. 아니 몇 십 년.
생각보다 많은 우연들이 반복되었다.
그때를 지배했던 기쁨들도 아픔들도
이젠 아무렇지 않다.
반복이란, 슬픔도 외로움의 파도도
삼켜버리는 바다와 같아
아무런 일 없듯이 되어버리곤 한다.
언젠가 사라지는 파도는
고요한 바다를 만나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곤 한다.
앞으로의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것은 내 숙명이다.
언젠가 이 순간을 부정하고
그동안 못 해본 것에 초점을 맞췄었다.
자극적인 것을 찾았고, 변화하고자 했다.
돌이킨 지금 이 순간, 흔적들을 없애고자 한다.
조용히 천천히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