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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오 Jan 17. 2023

슬픔을 잊기 위해 감정을 버렸다  (3편)

#7. 불안


 처음 내 옷깃을, 내 목덜미를 잡은 것은 불안이었다. 웅장한 현악 4중주가 내 귀에서 조금씩 조금씩 커지다가 바이올린의 끽하는 불쾌한 소리가 울린다. 그러다 음악이 끊긴다.


 이렇게 땀을 흘려본 적은 오랜만이다. 등에도 발에도 땀 투성이다. 눈 알의 뒤편에서 마저도 두려움이 엄습한다. 심장 고동소리가 빨라진다.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러한 불안은 때론 나의 원동력이다. 나의 나태함을 깨부순다. 평소라면 걷지 않을 유리가 깨진 바닥을 걷게 한다. 피가 흥건하다.


 불안이라는 것은 불쾌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나의 디딤돌이 된다. 이용하기에 따라, 사용하기에 따라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든다.


#8. 성취감


 불안을 재료 삼아 작은 도전들을 성공하다 보면 성취감을 얻게 된다. 비로소 얻은 성취감은 자신감을 낳는다. 자신감은 넓은 세상을 품는다.


 성취감은 땅만 보던 아이가 하늘을 처음 보는 것과 같다. 마음에 여유를 가져온다. 편안함에 이르게 한다. 숨을 쉬는 이유를 만들어 준다. 자아를 더욱더 굳게 하여 온전한 나 자신이 될 수 있게 한다.


#9. 배신감


 심장을 죄여오는 감정. 이제야 믿기 시작했던 세상의 균열을 만든다. 감정을 두려워하고 도망친 이유 중 하나. 조금씩 생각이 난다. 왜 그렇게 도망치고 있었는지.

 믿음,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한 나의 욕심이었다. 문제에 대한 나의 접근방법은 본질과 의도의 파악이었다. 가려진 현상 속에 숨어 있는 의도를 찾고자 하였고 그러다 보면 누군가가 숨어 있었다. 그건 배신이었다. 나를 잠식시키려 한다.


 그저 모른 채 넘길 것 인가. 처음에는 그래왔다. 나와 눈을 마주친 그 대상은 공격을 퍼 붓기 시작한다. 이건 혼자서 할 수 있는 싸움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감정을 이미 버린 적이 있다. 그렇기에 미리 대비해 둘 수 있었다. 언젠가 어느 순간 내 판단이 틀릴 수 있으니까. 괜찮다. 틀릴 수 있다. 나는 바로 잡을 수 있다.


 대문을 여는 순간, 항상 언제 일어날 줄 모를 전쟁을 준비해 왔다. 평화를 무엇보다 원하는 사람이기에 전쟁이 불가피하다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내가 참을 수 없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아야 했던 건 누군가가 상처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그건 최소의 인원이었으면 좋겠어서였다. 차라리 타깃이 내가 되더라도. 익숙하진 않지만 견딜 순 있다.


 믿을지 믿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현상을 보지 말고 본질을 파악해 주길 바란다. 속지 말라. 판단은 온전한 그대의 몫이다.  만약 명확한 결론 내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면 그건 당신의 생각이 아닌 누군가가 심어둔 생각일 수 있다.


 나의 오지랖은 여기까지다. 배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건 나의 신뢰다. 신뢰는 쌓아온 나의 일관성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나아가자면 그건 내가 말했던 비밀이다. 나의 비밀에는 위치추적기를 달아 두었다. 여러 가지 버전의 비밀을 각각 다른 나의 믿음직한 사람들에게 품어 두었다. 그러니 특정된다. 나의 비밀을 발설한 자는.


 이 배신감의 관문을 넘어서면 꽁꽁 싸매왔던 감정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무엇보다 편안함에 이르기를 그게 나든 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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