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불안, 다시 일어서고픈 나에 대하여
쳇바퀴 돌 듯 생각을 반복하게 될 때가 있다.
좋은 생각도 종일 하면 피곤해지기 일쑤인데 보통 내 속에서 맴도는 생각은 어두운 생각들이 대부분이다.
마음에 걸렸던 일들이 뒤늦게 발판을 딛고 일어서서 자기주장하느라 시끄러운 내 속은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배우기도 전에 물이 엎어져 내 마음이 축축하게 젖어든다.
말리는 법이라곤 입으로 겨우 불어대며 손 부채질 한다고 배웠는데.
그마저도 젖어간다.
돌고 도는 생각은 나를 고이게 했다.
어두운 감정을 어떻게 달래야 할 줄도 모르고 바쁘게 달려가는 마음을 붙잡는 법도 몰랐다.
바쁜 내 주변을 놓치면 여기에 나만 남을 것 같아 따라가 봤다.
그게 제자리서 뜀박질하는 꼴인 줄도 몰랐다.
이러다 그만두고 싶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맴돌기 시작했다.
정말 내가 다 내려놓고 싶으면 어쩌지.
그런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뛰는 건 금물이라는 규칙을 정했다.
내 마음의 방 한편에 붙은 규칙판에 빼곡했던 글들을 모두 지웠다.
남들이 적어둔 규칙은 지우고 내가 적어냈다. 뛰지 말 것.
소란 피우지 말 것, 남 따라가지 말 것, 친구 따라 강남 가지 말 것, 기차표는 내가 끊을 것.
내가 정한 규칙이니 유연하기도 유연하다.
지키지 않는 날도 있고. 그런 날도 있다.
잘 지켜서 칭찬받고 싶은 날도 있다.
규칙의 주체는 나라서 칭찬도 내게서 받을 수 있다.
남에게서 칭찬이 떨어지길 기다리면 안 된다.
아, 이렇게 또 하나 깜빡한 걸 적는다.
인정도 칭찬도, 책임도 반성도, 남이 아닌 내가 할 것.
뛰지 말 것.
반드시 걸을 것.
먼지 날리지 말 것.
고요한 순간을 유지할 것.
어쩌다 신나는 순간이 있다면 충분히 즐길 것.
그리고 남이 아닌 내가 이 방에서 살 것.